본문 바로가기
Light Review

나의 다섯번째 A7R, 소니 카메라 해상력의 결정체 A7R5를 손에 쥐고 돌아보는 A7R시리즈의 소소한 역사

by coinlover 2024. 9. 8.

 

 

 

와이프님하와 장모님께서 이른 생일 선물로 A7R5를 사주셨다. 2년 전 A7R5가 발매될 때까지 기다리지 못하고 A7R4에서 A1으로 기변 하면서 A7R5는 건너뛰게 되겠구나 생각했는데 결국 어떻게든 써보게 되었다. 솔직히 화질이야 이미 같은 센서를 탑재한 A7CR을 쓰고 있기에 큰 차별성을 느끼지 못하겠지만 뷰파인더와 후면 LCD 편의성, 그리고 무엇보다 셔터속도 1/8000를 지원한다는 게 꽤 큰 장점으로 작용하지 않을까 싶다(A7CR의 1/4000로도 충분하다고 생각했었는데 의외로 아쉬운 경우가 자주 생겨 스스로의 촬영 스타일을 잘 모르고 있었다는걸 이번에 깨달았다.).    

 

 

 

외관은 친숙하다 못해 지겨운 A7시리즈의 그것을 충실히 따르고 있다(물론 부분 부분 개선된 점이 있긴 하지만). 이 모양이 A7시리즈의 아이덴티티로 자리잡고 있긴 한데 솔직히 바디가 예쁘다는 생각은 전혀 안 든다. 디자인 부분에서는 A7C시리즈가 압승. 아무리 신형 바디를 사도 모양이 거기서 거기니 언박싱이 설레지 않는다. 

 

 

 

A7R5에서 가장 맘에 드는 부분은 4축 멀티앵글 LCD. 틸트식과 스위블 액정의 장점을 모아놨다. 소니 바디에 적용된 가장 진화된 형태의 LCD패널 기믹이라고 생각한다. 스위블 액정은 생각보다 구도를 반듯하게 잡아내기가 힘들어 틸트액정을 선호해 왔는데 셀카 찍을 때 등 가끔 스위블이 필요할 때가 있었다. 하지만 A7CR에 적용된 스위블 액정은 역시 내 취향은 아니었고 후면 LCD를 보며 구도를 잡아야 할 때 많이 헤맬 수 밖에 없었다. A7R5의 후면 4축 멀티앵글 LCD는 A7CR을 사용하면서 아쉬웠던 부분을 완벽하게 해소해 줘서 만족스럽다. 

 

 

소니 미러리스 바디의 고급형과 보급기(?)를 가르는 기준은 역시 충전기의 포함 여부. A1, A9, A7R 시리즈에는 충전기가 들어가 있지만 다른 카메라 라인업에는 C타입 케이블만 들어있다. 애플이 끼친 아주 나쁜 영향이다(원가절감을 환경보호라는 이름으로 포장하는 장사꾼들. BC-QZ1 충전기 정품의 가격은 9만원 정도).

 

 

2013년에 예판 제품으로 구했던 A7R(무려 홈쇼핑에서 구매). 나의 첫 A7R시리즈. 그때 작은 크기와 성능에 깜짝 놀랐었지만 지금 생각하면 아쉬운 부분이 너무 많았던 테스트기 격의 렌즈 교체형 미러리스가 아니었나 싶다. 그래도 이 제품이 있었기에 지금의 소니 미러리스 카메라가 존재하는 거겠지. 빌드퀄리티도, AF도, 결과물도 아쉬운 부분이 넘쳐났지만 그래도 가장 즐겁게 사용했던 미러리스 바디였다. 이 때는 FE렌즈 라인업이 너무 부족해서 이종교배 렌즈를 정말 많이 썼었다. FE 55mmF1.8 구매하려고 F5를 쉴새없이 눌렀지만 결국 예판에 실패하고 좌절했던 기억이 새록 새록.

 

 

 

나의 두번째 A7R 시리즈 A7R2. 종로 류가헌에서 열렸던 안세홍 작가의 겹겹 사진전을 보러 갔다가 '니콘 쓰시네요.'라는 작가의 말이 목에 가시처럼 걸려 갖고 있던 니콘 제품들을 모두 정리하고 소니 카메라로 갈아탔다(안세홍 작가는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의 사진 작업에 진심으로 매진했던 작가로 일본 니콘 살롱에서 예정됐던 사진전이 본사의 압박으로 취소된 이후 일본 우경 세력과의 긴 싸움을 어어왔다.). 그때 들였던 카메라와 렌즈가 A7R2와 지금도 사용하고 있는 FE 90mm F2.8 매크로. 어쨌든 이 바디는 전작인 A7R에서 성능과 빌드퀄리티 모두 괄목할 만큼 발전한 카메라로 미러리스 바디의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준 제품이었다. A7R2를 사용해 보면서 나는 이제 굳이 DSLR을 쓸 필요가 없겠다는 확신을 갖게 되었다. A7R2 출시 몇달 후 시그마에서 내놨던 캐논 렌즈 어댑터 MC-11로 캐논 및 캐논용 시그마 렌즈를 AF가 작동하는 이종교배 렌즈로 사용할 수 있게 되었고, LM-EA7이라는 어댑터를 통해 M마운트 렌즈 및 기타 수동 렌즈들을 불완전하게나마 AF렌즈로 쓸 수 있게 되면서 정말 재밌는 사진 생활을 할 수 있었다. 또한  이 무렵부터 다양한 G, GM 라인업의 렌즈들이 출시되기 시작했고 체험단을 통해 대부분의 제품을 경험해 보면서 소니 바디에 대한 이해가 심화되었던 시절이기도 하다. 

 

 

나의 세번째 A7R시리즈 A7R3. 체험단 활동을 하며 받은 바디를 계속 사용했다. 체험단 과정에서 바디에 탑재된 기능 대부분을 숙달하게 됐고 가장 유용하게 사용했던 카메라이기도 했다. A7R2와 같은 센서를 탑재했지만 비교하기 힘들 정도로 AF 등의 편의 기능이 개선되었으며 무엇보다 NP-FZ100 배터리가 최초로 적용된 모델로서 A7시리즈는 배터리 타임이 짧아서 사용하기 힘들다는 유저들의 불만을 거의 사라지게 만든 대단한 바디였다. 사용하는 내내 큰 불편을 느낀 점이 없었고 정말 만족스럽게 사용했던 바디이며 지금도 사진만으로는 부족함 없이 사용할 수 있을만한 성능을 갖추고 있다고 본다. 누가 카메라 구입에 대해 물어오면 중고로 구입하기 가장 좋은 제품으로 추천하고 있다.  

 

 

 

나의 네번째 A7R시리즈 A7R4. 6100만 화소의 센서를 탑재한 당시로서는 최대 화소, 최고의 해상력을 가진 카메라였다. 사용하던 A7R3에 아무 불만이 없었지만 이 카메라의 센서 성능에 반해 바로 갈아탈 수밖에 없었다. 일본의 도발로 인해 시작됐던 노재팬 운동의 여파로 뛰어난 성능에도 불구하고 초반 마케팅을 제대로 할 수 없었던 비운의 바디였던 걸로 기억한다. 정말 좋은 카메라였고 내가 가장 오래 사용한 카메라가 되었다. 물론 화질에서 개인적으로 느낄 수밖에 없었던 아쉬운 부분이 분명 존재했지만 그걸 감안하더라도 이만큼 만족스럽게 사용한 카메라가 또 있을까 싶을 정도로 괜찮은 기억이 많이 남아 있는 카메라다. 

 

 

 

A1을 사용하다 A7R4의 해상력이 너무 그리워 구입한 A7CR. 무리해서 A7R5를 구매할까 하다가 A7C시리즈의 컴팩트함이  좋아 이 제품을 선택했다. 1년 가까이 정말 만족스레 사용했고 A7R시리즈의 계보를 잇는 카메라로써 충분한 성능을 갖추고 있다고 느꼈다. 하지만 역시 불편한 뷰파인더와 스위블액정, 그리고 1/4000의 기계식 셔터스피드가 아쉬웠다. 내가 사용해 본 소니 미러리스 바디 중 가장 예쁜 외관을 갖고 있다. FE40G렌즈와의 조합이 정말 좋다. 

 

 

 

나의 다섯번째 A7R시리즈 A7R5. A7R4와 같은 센서를 가지고 있으나 튜닝이 좀 더 잘되어 있다는 평가를 받는 듯하다. A7R3가 A7R2의 완성형 바디였듯 A7R4의 아쉬운 점을 모두 개선한 것이 A7R5다. A7R시리즈의 이후 버전 모델은 A7R5를 뛰어넘는 고화소로 나올 것 같아(이젠 중형처럼 1억 화소의 벽을 좀 넘어야하지 않을까?) 어쨌든 넘어가야겠지만 아직은 꽤 오랜 시간 기다려야 할 것 같다. 제발 A7R시리즈는 다른 기능의 개선보다 극한의 화소수와 해상력을 컨셉으로 계속 이어져같으면 좋겠다. 니콘처럼 부분 적층형 센서 도입하는 등 다양한 시도를 하는 것도 분명 의미있는 일이지만 그런 것은 다른 라인업의 카메라에서도 충분히 도전할 수 있는 과제이니. 

 

 

 

 

 

A7R5와 A7CR의 투바디라면 못찍을 것이 무엇이랴. 나의 소니 A7R시리즈 편력은 계속되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