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주에 이로리야끼 전문점이 생겼다고 해서 궁금해하던 차에 좋아하는 형들을 만날 일이 생겨 들러봤다. 내부는 그리 특별할 것 없는 전형적인 캐주얼 일식 인테리어로 생각보다 넓었고 가운데 다찌 자리를 중심으로 4인석 테이블이 여럿 놓여있었다. 물론 다찌 자리에 앉아서 먹는 게 이런 가게의 정취를 제대로 느끼는 방법이겠지만 가족 혹은 동료 여럿과 함께 와도 불편하지는 않을 것 같은 공간 구성이었다.
날이 너무 더워서 생맥부터 한잔 꺾었다. 한낮의 더위로 한껏 달아오른 목구멍으로 폭포처럼 내리 꽂는 생맥 한잔의 쾌감은 다른 무엇과도 바꾸기 힘든 여름날의 즐거움 중 하나다. 하지만 요즘 몸에서안받는 느낌이 강해져 서서히 줄여 나가야 할 것 같다. 나이 드는건 이토록 슬픈 일이다. 젊은이들이여 마실 수 있을때 마셔라. 노세 노세 젊어서노세 늙어지면 못노나니.
우럭 이로리야끼를 주문했더니 바로 작업에 들어갔다. 직화로 굽는게 아니라서 시간이 꽤 걸리는 편. 20분 정도 기다리니 서빙되어 나왔는데 생각했던 것보다는 양이 적어 한 명당 한 마리씩 잡고 손으로 뜯어먹어야 할 것 같았다. 그렇게 생각하면 안주 가격이 꽤 비싼 편. 겉면은 살짝 바삭한 느낌이 있고 속은 마치 찐 것 같은 질감이 느껴졌다. 담백하니 맛도 괜찮았고 독특한 경험을 한다는 느낌도 들었지만 사실 안주로는 별로였다.
우럭 이로리야끼와 함께 세트메뉴로 시킨 모츠나베. 맑고 담백한 국물에 대창 퀄리티도 괜찮다. 세트메뉴라서 양이 좀 적었던 건지 단품도 이런건지는 잘 모르겠지만 장정 셋이 먹으니 순식간에 사라졌다. 이건 정말 소주 안주각.
우럭 이로리야끼와 모츠나베를 싹싹 긁어먹었지만 양이 부족해서 1인당 오니기리 하나씩 추가. 오니기리는 들고 먹는 주먹밥일텐데 이 집 것은 단단히 뭉쳐놓지 않아서 들면 부서진다. 결국 숟가락과 젓가락을 이용해서 클리어.
추가로 시킨 츠쿠네. 식감도 좋고 맛 자체는 괜찮았으나 너무 짜.... 같이 갔던 형은 소태라는 말을 할 정도. 밥반찬으로 먹기는 딱 좋으나 단독 메뉴로는 짠맛을 좀 빼야하지 않을지. 간장 위에 올려져 나와서 더 그랬던 것 같다. 어딜가나 추천하는 안주인데 이날은 성공적이지 못했다.
테라라라이트도 이날 처음 마셔봤는데 이도 저도 아닌 맥주에 물탄 맛. 무알콜맥주보다 더 밍밍하게 느껴졌다.
앞으로 다시 마실 일은 없을 것이다.
음식 솜씨는 분명 괜찮은 집인 것 같은데 이날 실수가 좀 있었던 것인지 아님 개업후 아직 루틴이 정리되지 않은 것인지 살짝 아쉬운 면이 느껴졌다. 그래도 직원들이 참 친절했고 괜찮은 분위기에서 즐겁게 마시고 나온 좋은 가게였다.
한류가 일본에 적지 않은 영향을 주고 있다는 보도를 자주 접하고 있지만 식문화 부문에서는 우리가 일본에 주는 것보다 받아오는 것이 더 많은 것이 사실이므로 객관적으로 비교하자면 일본의 압승, 지금 우리나라에 새로 생기는 가게 중 많은 수가 음식 종류나 인테리어 등이 일식 혹은 그의 변주 형태다. 요 근래 10여 년 동안 정말 다양한 일식 문화가 우리나라에 침투했고 일부(?) 젊은 사람들에게는 한식보다 일식이 더 친숙, 혹은 힙하게 받아들여지는 것 같다. 이런 글을 쓰고 있는 나 조차도 입은 친일파라는 소리를 들을 정도로 일식을 좋아하니. 하지만 일본에서도 그리 대중적이지는 못한 이로리야끼라는 것까지 들어오는걸 보니 뭔가 일본 식문화를 받아들이는데 진심으로 불타오르는 중 인 것 같아 조금 무섭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