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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graphy/My Pearl

나의 진주 - 평거동 이로리야끼 이자까야 이키가이

by coinlover 2024. 8. 25.
이로리야끼 전문점 이키가이. 진주사진여행의 초대 방장이 운영하던 가게 자리에 오픈했더라.

 
 
진주에 이로리야끼 전문점이 생겼다고 해서 궁금해하던 차에 좋아하는 형들을 만날 일이 생겨 들러봤다. 내부는 그리 특별할 것 없는 전형적인 캐주얼 일식 인테리어로 생각보다 넓었고 가운데 다찌 자리를 중심으로 4인석 테이블이 여럿 놓여있었다. 물론 다찌 자리에 앉아서 먹는 게 이런 가게의 정취를 제대로 느끼는 방법이겠지만 가족 혹은 동료 여럿과 함께 와도 불편하지는 않을 것 같은 공간 구성이었다. 
 

기린생맥주. 인증샷 찍기 힘든 라벨프린팅이라 싫어하는 잔이다.

 
 
날이 너무 더워서 생맥부터 한잔 꺾었다. 한낮의 더위로 한껏 달아오른 목구멍으로 폭포처럼 내리 꽂는 생맥 한잔의 쾌감은 다른 무엇과도 바꾸기 힘든 여름날의 즐거움 중 하나다. 하지만 요즘 몸에서안받는 느낌이 강해져 서서히 줄여 나가야 할 것 같다. 나이 드는건 이토록 슬픈 일이다. 젊은이들이여 마실 수 있을때 마셔라. 노세 노세 젊어서노세 늙어지면 못노나니. 
 
 

이로리야끼. 어릴 적 만화에서 보던 생선구이 비주얼이다.

 

서빙되어 나온 우럭은 기대했던 것 보다 초라한 모습이었다.

 
우럭 이로리야끼를 주문했더니 바로 작업에 들어갔다. 직화로 굽는게 아니라서 시간이 꽤 걸리는 편.  20분 정도 기다리니 서빙되어 나왔는데 생각했던 것보다는 양이 적어 한 명당 한 마리씩 잡고 손으로 뜯어먹어야 할 것 같았다. 그렇게 생각하면 안주 가격이 꽤 비싼 편. 겉면은 살짝 바삭한 느낌이 있고 속은 마치 찐 것 같은 질감이 느껴졌다. 담백하니 맛도 괜찮았고 독특한 경험을 한다는 느낌도 들었지만 사실 안주로는 별로였다.   
 

이젠 한국에서도 꽤 보편화된 후쿠오카식 모츠나베.

 
 
우럭 이로리야끼와 함께 세트메뉴로 시킨 모츠나베. 맑고 담백한 국물에 대창 퀄리티도 괜찮다. 세트메뉴라서 양이 좀 적었던 건지 단품도 이런건지는 잘 모르겠지만 장정 셋이 먹으니 순식간에 사라졌다. 이건 정말 소주 안주각. 
 
 

오니기리. 밑부분을 김으로 싸서 잡고 손으로 먹어야 하는데.

 
우럭 이로리야끼와 모츠나베를 싹싹 긁어먹었지만 양이 부족해서 1인당 오니기리 하나씩 추가. 오니기리는 들고 먹는 주먹밥일텐데 이 집 것은 단단히 뭉쳐놓지 않아서 들면 부서진다. 결국 숟가락과 젓가락을 이용해서 클리어.  
 

츠쿠네. 짠맛이 강해 아쉬웠던.

 
 
 
추가로 시킨 츠쿠네. 식감도 좋고 맛 자체는 괜찮았으나 너무 짜.... 같이 갔던 형은 소태라는 말을 할 정도. 밥반찬으로 먹기는 딱 좋으나 단독 메뉴로는 짠맛을 좀 빼야하지 않을지. 간장 위에 올려져 나와서 더 그랬던 것 같다. 어딜가나 추천하는 안주인데 이날은 성공적이지 못했다. 
 
 

테라라이트. 비추 비추 비추.

 
테라라라이트도 이날 처음 마셔봤는데 이도 저도 아닌 맥주에 물탄 맛. 무알콜맥주보다 더 밍밍하게 느껴졌다. 
앞으로 다시 마실 일은 없을 것이다. 
 
 
음식 솜씨는 분명 괜찮은 집인 것 같은데 이날 실수가 좀 있었던 것인지 아님 개업후 아직 루틴이 정리되지 않은 것인지 살짝 아쉬운 면이 느껴졌다. 그래도 직원들이 참 친절했고 괜찮은 분위기에서 즐겁게 마시고 나온 좋은 가게였다. 
 
 
 
한류가 일본에 적지 않은 영향을 주고 있다는 보도를 자주 접하고 있지만 식문화 부문에서는 우리가 일본에 주는 것보다 받아오는 것이 더 많은 것이 사실이므로 객관적으로 비교하자면 일본의 압승, 지금 우리나라에 새로 생기는 가게 중 많은 수가 음식 종류나 인테리어 등이 일식 혹은 그의 변주 형태다. 요 근래 10여 년 동안 정말 다양한 일식 문화가 우리나라에 침투했고 일부(?) 젊은 사람들에게는 한식보다 일식이 더 친숙, 혹은 힙하게 받아들여지는 것 같다. 이런 글을 쓰고 있는 나 조차도 입은 친일파라는 소리를 들을 정도로 일식을 좋아하니. 하지만 일본에서도 그리 대중적이지는 못한 이로리야끼라는 것까지 들어오는걸 보니 뭔가 일본 식문화를 받아들이는데 진심으로 불타오르는 중 인 것 같아 조금 무섭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