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주 걷기의 출발점은 항상 칠암동.
칠암성당에 들러 하느님께 인사!
남강다리를 걸어 건너며
톤오우에 갈지, 야끼토리 아오이에 갈지 고민하는 게 일반적인 패턴.
이날은 야끼토리 아오이,
단품 야끼토리를 몇개 시켜 생맥 안주로 먹을까 하다가 직원분이 바쁘고 짜증 난 듯한 모습이라
그냥 간단하게 덮밥 주문.
건너편 자리에 혼자 오신 여성분께서 야끼토리 세트(6개)에 일식 라멘까지 시켜 야무지게 클리어하시는 걸 보고
엄지 척!
아버지의 마지막 근무지였던 배영초등학교를 지나다 사진 몇 컷.
평거동까지 걸어가다가 너무 더워서 낙오할 뻔.
폭염주의보가 내려진 날 2만보를 넘게 걷는 바보짓을 하고 있었다.
도저히 안 되겠다 싶어 진주교대 인근에서 고민하고 있는데
눈앞에 꽤 마음에 드는 익스테리어의 카페가 나타났다.
PP(Public Place : 공공장소).
들어가자마자 여름에 즐겨마시는 엘파라이소 리치가 메뉴에 보이길래 고민 없이 주문.
내부 인테리어도 딱 좋았고 커피맛도 괜찮았다.
마침 온더락 글라스에 커피를 내주시길래
커피를 다 마시고 나서 플라스크를 꺼내 위스키를 조금 따랐다.
이걸 참 좋아한다.
남은 미량의 커피와 위스키가 섞여 내는 묘한 맛.
딱 이 한 모금이 최고다.
다시 신안동을 향해 열심히 걸어가다가 마주친 풍경.
이날 하늘이 정말 걸작이었다.
신안주공아파트 사잇길의 녹음이 너무 아름다워서 한참을 걸어 다녔다.
항상 돌아다니던 곳이지만 한 블록만 다른 곳으로 들어가면 전혀 몰랐던 풍경이 드러나곤 한다.
내가 기억하는 90년대 여름의 이미지가 그대로 남아 있는 곳.
더위를 피해 진주문고에 들렀다가 아주 재밌는 책을 발견했지만
샀다가는 와이프한테 맞을 것 같아서
눈물을 머금고 돌아 나왔다.
진주 팥빙수 맛집 올디스의 명성은 익히 들어왔지만 먹어본 건 처음.
(시나몬파우더 중독자로서 커크랜드 제품 한통을 자리마다 떡하니 놔준 건 정말 칭찬해.)
특별할 건 없지만 모자람도 없는 기본기에 충실한 우유팥빙수의 왕도.
많은 사람들이 사랑하는 데는 이유가 있는 법이다.
메뉴판에 하이트 맥주가 보여서 10여 년 만에 시켜봤다.
요즘도 나오고 있는지 전혀 몰랐다.
국산맥주는 카스, 테라, 켈리, 클라우드, 크러쉬, 한맥 정도를 돌아가면서 마셨고
그나마도 켈리 원픽이었기에.
대학시절의 추억이 담긴 하이트라 기대했는데 음.....
한 병 마시고 바로 켈리로 변경.
솔직히 켈리나 테라도 대단한 맛은 아니지만 화이트에 비하면 수제맥주급.
추억은 추억으로 남겨둬야 아름다운 것.
좋은 사람들과 함께라면 프랜차이즈 고깃집도 괜찮지!
진주 오면 가고 싶은 곳이 많지만 내 취향이 다른 사람들과 많이 다르다는 걸 알기에 추천하기보단 그냥 따라가는 편.
폭탄계란찜은 최애메뉴 중 하나. 고기보다 더 좋음.
올해의 첫 전어구이.
가을 전어는 집 나간 며느리도 돌아오게 한다지만
집 나간 사람 돌아와 봐야 뭐 하겠나. 전어 먹고 또 나가겠지.
그나마도 한여름 전어라.
전어회 한 접시.
보기도 좋고 맛도 괜찮았지만 사실 나는 전어를 매우 싫어하므로
(2008년쯤 전어 먹고 탈이 나서 정말 많이 아팠다. 그 뒤로는 트라우마가 생겨서 기피.)
몇 점 주워 먹고 말았다.
진주는 언제나 나의 무릉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