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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y by day

나의 RX1

by coinlover 2024. 8. 21.

 

 

아직도 현역인 나의 RX1. 

 

이젠 중고가 50만원도 하지 않지만 한때는 소니의 초고가 라인업이었던 제품, 출시 당시에는 요즘의 X100VI만큼이나 핫했던 세계 최초 풀프레임 똑딱이었다. 지금 기준으로도 충분히 아름다운 외관을 갖고 있으며 여전히 매력적인 사진을 찍어내 준다. 고질적인 에러 증상으로 배척받긴 했지만 이 카메라에 붙어 있는 칼짜이스 조나 35mm F2렌즈 만들어주는 결과물은 너무 맘에 들어서 렌즈만 따로 떼서 사용하고 싶을 정도다. 현시점 렌즈들과 비교한 성능 분석에서는 뒤떨어지는 결과를 보여줄테지만 부드러움과 날카로움이 공존하는 묘한 느낌은 단순히 해상력만 중시한 것들과는 확연히 다르다. 렌즈 일체형 바디의 장점을 최대한 살려 커스터마이징된 부분은 교환식 시스템이 따라올 수 없는 요소를 확실히 갖고 있다. 소니가 DSLR 시장에 첫발을 내딛었을 때 칼짜이스의 파란 방패 렌즈들은 니콘이나 캐논에 비해 후달리는 브랜드 네임밸루를 어느 정도 보완해 준 구세주 같은 존재였다. 꽤 많은 사람들이 전자기기에 불과하다고 인식했던 소니제 카메라로 넘어간 이유 중 가장 큰 부분이기도 했으니. 소니의 GM렌즈들이 예전 칼짜이스 렌즈들의 성능을 상회한다고 하지만 아직도 칼짜이스 마크가 부여해 주는 감성적 포스는 어마어마하다고 생각한다. 이 카메라를 사용하면서 소소하게 좋았던 부분은 셔터 버튼에 수동형 릴리즈를 사용할 수 있는 나사산홀이 있다는 거다. 여기에다 테이프 부착형이 아닌 나사형 소프트 버튼을 달 수 있다는 게 너무 맘에 들었다. 소니 미러리스 제품 중 그나마 디자인을 생각한 라인업이라 생각하는 A7C 계열에는 이런 요소를 적용해줬으면 했는데 일반 셔터 버튼이라 매우 아쉬웠다. (핸드폰계에서 애플과 삼성 사이에 존재하는 뭐라 설명하기 힘든 감성적 갭 같은 것이 사진계에서는 라이카, 니콘, 캐논과 소니 사이에 존재하는 것 같다. 기술력과 판매량에서는 소니가 앞서나가고 있지만 감성적인 영역의 디테일은 아직 부족한 듯.) 소수의 마니아들은 여전히 RX1의 후속기를 바라고 있지만 RX1R2 발매 이후로는 이 라인업은 사실상 사장된 것 같다. 혹자들은 A7C계열의 바디에 40G 렌즈 정도를 마운트하면 비슷한 크기와 느낌이지 않냐고 얘기하지만 크기도 휴대성도 완전히 다르다. 써보지 않은 사람은 이해하지 못할 거라 생각한다. 하긴 어차피 후속기가 나와도 요즘 추세라면 가격이 넘사벽일테니 남들이 구매한 거 부러워만 하고 있겠지 계속 버티다가 이 녀석의 후속기인 RX1R2가 지금의 RX1 중고가와 비슷해지만 한 대 들여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