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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agmentary thought/As coinlover

내게 사진

coinlover 2020. 11. 15. 02:44

1.

사진.

진입장벽이 무척이나 낮은 취미, 혹은 예술의 영역. 

기본 조작법에 약간의 감각만 더해지면 그럴싸한 사진을 찍어내는건 그다지 어렵지 않다. 

포토샾의 파워가 더해지면 더더욱 그렇다. 

사진만큼 잘하는 사람이 많은 분야도 드물다. 

일정 수준에 오른 사람이 넘쳐나는 사진이기에 모두가 예술가가 되고 싶어 한다.

사진으로 무언가를 이루고자 달려든다. 

축구를 잘한다고 모두 축구 선수가 되고자 하지 않는다. 

노래를 잘한다고 모두 가수가 되고자 하지 않는다. 

여타의 많은 분야의 것들을 즐기는 이들이 굳이 그 분야의 프로가 되고자 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사진은 다르다. 

조금 잘찍으면 그것으로 이름을 날려야 하고, 자존심을 세워야 하며 돈도 벌어야 한다.   

그것이 당신이 처음 사진을 시작한 이유였는가? 

2.

상향평준화된, 고퀄의 사진이 넘쳐나는 이 시대에

대체 무슨 사진을 더 잘찍고 창의적으로 찍어 눈에 띌 수 있다는 말인가? 

요근래 어떤 사진을 보고 진정으로 감동해서 저렇게 찍어보고 싶다는 생각을 한 적이 있는가? 

사진이 너무 좋아서 집에 걸어두고 싶다는 생각을 해본 적이 있는가? 

내가 찍어내는 사진들은 대체 무슨 의미를 갖고 있는가? 

이것을 굳이 전시, 혹은 출판으로 풀어내야할 이유가 있는가? 

당신은 대체 무슨 사진을 어떻게 찍어내고 싶은 것인가? 

이런 질문들에 대해 어떤 답을 줄 수 있는가? 

3. 

사진은 그냥 일상이다. 

글과도 같은 것이다. 

끊임없는 동어반복의 지난함 속에서도

새로 떠오르는 단어 하나를 발견해내는 기쁨을 찾기 위해 

끄적임을 멈추지 않는다.

그림과도 같은 것이다.

매순간 카메라를 들고 스케치를 하듯 뭔가를 담는다. 

그러는 과정에서 마음이 동하는 것이 있다면 그 스케치를 다듬고 색을 칠한다. 

그것이 작품이라는 이름으로 맺히지 않더라도 

대단한 주목을 받거나 모든 이의 인정을 받는 무언가가 되지 않더라도 

내게 유의미한 일이었으므로 만족스러울 수 있다고 믿는다. 

숨과도 같은 것이다.

극복하기 힘들 정도의 스트레스 속에서 허덕이다가도 

대단할 것도 없는 일상 속에서 

소소하기 그지 없는 피사체를 향해 셔터를 누르는 것만으로도 

긴 잠수 끝에 수면으로 나온 자맥질하는 아이처럼 숨통이 트이는 느낌.

그것이 뭔가를 돌려주지 않더라도 하지 않으면 살 수 없을 것 같은 무언가. 

내게 사진은 그런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