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몇달동안 화제의 중심에 서있었던 캐논 R5가 출시되었다. A9가 출시될 무렵 내세웠던 타이틀이 게임체인저였는데 이젠 R5가 그런 위치를 차지하고자 하는 것 같다. 4500만 화소의 풀프레임 센서에 A9시리즈와 동등 혹은 능가한다는(캐논 사용자들 피셜) AF 그리고 8K 동영상까지. 캐논에서 미러리스 시장을 평정하기 위해 칼을 빼들었음은 의심할 여지 없는 사실이다. 동영상 촬영시 발열 등의 이슈가 있으나 예판 물량은 엄청난 인기속에 완판되었고 사진 커뮤니티가 후끈 달아오르고 있다.
2. 이쯤되면 어김없이 시작되는 것이 미러리스 시장의 강자로 군림해왔던 소니 유저와 캐논 유저 사이의 메이커를 건 자존심 싸움이다. 서로 어느 쪽 성능이 좋은지 인신공격까지 하며 싸우기 시작하며 평행선은 길게 그어진다. 태권브이가 센지 마징가가 센지를 따지던 시절부터 우리의 버서스병은 불치의 영역에서 벗어난 적이 없다. 그렇다고 그 싸움을 하지 말라고 애써 말할 필요 있겠는가? 사람이 죽는 일도 아닌데. 아무리 격렬하게 싸우더라도 누구도 피해를 입지 않는다. 그저 몇몇 사람들의 속이 상할 뿐. 그러므로 싸움을 중재하려는 괜한 시도는 할 필요가 없다. 이정도로 충성심이 높은 유저들을 둔 소니와 캐논은 그걸 보며 얼마나 행복해하겠는가?
3. 기변병 혹은 카메라 스펙병에 걸린 사람들을 보며 몇몇 달관 코스어들은 사진기로 사진 찍는거 아니라며 혀를 차고 있을 것이다. 이미 카메라들의 성능은 차고 넘치는데 신형 카메라에 집착하며 제대로된 사진은 찍지도 않는 저급한 사람들이라며 고차원적인 작가의 눈으로 아랫 사람 바라보는 듯 관조하고 있는 당신들이여, 혹시라도 신형 카메라를 주면 안쓰겠는가? 당신에게 그것을 살 수 있는 여유가 있다면 그냥 무시하고 넘길 것인가? 좋은 카메라 갖고 싶은 마음을 사진 찍는 사람이 이해를 못하면 어떡하나. (사실 나도 항상 신형 갖고 싶다.) 그러므로 저 싸움을 저급한 것으로만 취급하며 자신의 고고함을 자랑하지는 말지어다.
4. 여러 메이커들에서 괜찮은 카메라를 만들어 서로 경쟁하는 것은 발전의 관점에서 바라볼 때 매우 긍정적인 일이다. 사실 몇년전 처음 미러리스 시장을 개척하던 소니는 얼마나 혁신적이었던가? 유저 한명 한명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며 부족한 점을 개선해갔던 진정성 있는 모습에 많은 신규 사용자들이 유입되었다. 하지만 A9, A7R3으로 정점을 찍은 이후 점점 유저들의 바람으로부터는 멀어져 가기 시작했고 메모리 문제, 더블 셔터 문제 등이 발생해도 제대로된 대응을 하지 못했다. 이런 와중에 전통의 강호 캐논에서 괜찮은 성능의 카메라를 들고 나와 유저들의 이탈을 경험하는 것도 소니의 입장에서는 큰 배움이 될 것이다. 미러리스 카메라와 관련된 소니의 기술력은 무시할 수준이 아니다. 다만 넣을 수 있는 기능도 간을 보며 넣지 않는 그 모습에 많은 유저들이 실망한 것도 사실이다. 캐논이 치고 나옴으로써 소니가 위기감을 느낀다면 더 좋은 카메라의 발매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니 그것은 그것 나름대로 긍정적인 일이다.
5. 제일 슬픈 것은 소니와 캐논 이외의 카메라를 사용하는 사람들이다. 올림푸스 코리아의 철수와 사실상의 카메라 사업 디폴트 선언, 캐논과 2파전을 벌이던 니콘의 장기간 침묵(Z5가 그들의 승부수는 아닐 것이므로), GFX100 이후 이렇다할 대박 제품은 없이 더더욱 마니악한 길로 달려가고 있는 듯한 후지 등등. 그들의 행보를 바라보는 유저들은 부동산이 올라서 난리치고 있는 사람들 사이에서 내 집 값은 왜 요지부동인가를 고민하는 것과 비슷한 심정이 아닌까 싶다. 캐논과 소니의 불꽃 튀기는 경쟁에 그들까지 가세해서 저물어가는 카메라 시장에 마지막 춘추전국시대가 열리기를 바래본다.
6. 사실 난 매빅3 스펙이나 빨리 발표됐으면 좋겠다(사겠다는건 아니다 돈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