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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처음 저 3000CC 생맥주 용기를 만난건 대학에 입학했던 1998년 3월

 

선배들과의 대면식 때 개양 버스 정류장 인근 건물 2층에 있던 보스라는 술집에서 였다.

 

이후 술집에 가면 시작은 무조건 3000부터였기에

 

내게는 술의 아이콘 같은 존재가 되었다.  

 

(그해 3월말 사회과 전체 대면식 때 일반사회과 대기형 덕분에

 

이게 가능할까 싶었던 3000CC 원샷도 해봤다 ㅡ_ㅡ;;

 

지금 그렇게 마시면 살아남지 못하겠지.)

 

요 근래 사람들과의 술자리에서는 무식하게 술을 많이 마실 일이 없었기에

 

꽤 오랜 시간 이녀석의 존재를 잊고 살았는데 며칠전 치킨집에서 이걸 발견하고는

 

그때의 추억을 되살리며 오랜만에 시켜보았다.

 

곧 자리로 배달된 3000의 무식하면서도 찬란한 자태에 감탄하며

 

지인들의 잔에 술을 따르다 우연히 용기에 적혀있는 수용량을 보니 2700CC였다.

 

22년간 어느 집에 가서 3000CC를 시켜도 저 용기에 담겨 나왔는데

 

그동안 계속 300CC를 사기 당하고 있었다는걸 그순간 깨닫게 된 것이다 ㅜㅜ

 

(물론 이 집은 양심적으로 2700CC 가격에 팔고 있었다. )

 

흐려진 기억에 기대어 대충 계산해도 20여년간 손해본 맥주량이 앞으로 살면서 마실 맥주량 정도는 되는 것 같은데

 

그것보다 더 슬픈건 3000을 3000이라 부르지 못하게 되어버린 현실.

 

그래도 2700이라 부르기는 애매하니 추억보정을 가미해 평소처럼 3000이라 불러야겠다.

 

항상 말하는 바지만 나이 들어가는 것은 이렇게도 슬픈 깨달음의 과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