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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일 아침 시간을 쏟아부어 A7R4 겉면 전체에 보호 필름을 붙였다. 

이런 작업을 하지 않는게 가장 예쁘고 

스크래치가 나면 그것도 멋이라고 생각하며 사용하는게 맞겠지만

디지털 카메라는 끝까지 쓴다라는 개념이 없기에 

중고 판매 시의 가격을 생각하며 어쩔 수 없이 번거로움을 자처한다. 

황동으로 만들어져 겉면 페인트가 벗겨져 갈수록 세월의 멋이 느껴졌던 

예전의 필름 바디들과 다르게 

대부분 알루미늄 알로이 합금으로 만들어진 디지털 카메라 바디들은

도장이 벗겨지면 모양새가 추해지곤 한다.

가벼움과 편리함을 추구하다보니 멋은 사라져 버린 것이다. 

사진 데이터를 영원히 보관하기 위한 수단으로 만들어진 그들은

만들어내는 결과물과는 다르게 아주 짧은 시간동안의 역할을 다하고

시간 속으로 명멸해 간다.  

최소한의 기능만을 가졌던 선배 카메라들이 명품으로 대우받으며 박물관 등에 입성하는 것과는 매우 대조적으로

디지털 바디들에는 순수한 도구로써의 속성만 남아 있는 것이다. 

어떤 궤적도 남기지 못한채 속절없이 이 황망한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도 이와 별다를 것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