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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대배치 받고 정신없이 살다가 일병 짬밥 먹고 어찌 돌아가는지 감을 좀 잡아가던 무렵.

31소초의 내무반에서 매일 들려오던 노래가 있었으니 바로 김민종의 '너를 보내며'였다.

당시 우리 소초에 근무하던 상근예비역 중 한명이 계속 이 노래만 반복 재생시키고 있었는데

오래 사귀던 여친과 헤어지고 울적한 마음을 달랠 길이 없어 그랬던거라고 기억하고 있다.

그 시절의 나는 군 생활 이외의 어떤 것은 생각하기도 힘든 처지였기에

연애 문제로 힘들어하는 그를 이해할 수는 없었지만

노래 가사와는 전혀 상관없이 이 노래의 멜로디가 당시의 힘든 생활과 맞물려 심금을 울리는 바가 있었고

전역하고 나서도 계속 생각이 나 음반을 구입해 듣곤 했다.

오랜만에 쳐박혀 있던 이 앨범을 꺼내서 다시 들어보니

강원도 삼척 어달리 31소초 앞으로 펼쳐져 있던 백사장과 정말 시리도록 푸르렀던 동해바다,

그리고 칼날 같았던 그시절의 겨울 바람이 생각나 묘한 기분이 든다.

분명히 견디기 힘들만큼 외롭고 짜증났던 시기인데

기억 속에서는 왜 이리 평온한 느낌으로 남아 있을까?

 

기억이란 사진 위에 시간이란 이름의 입자가 내려앉으면 아픔마저도 그리움으로 아련해진다.

 

그 무렵의 내가 수양록에 적어놨던 일기의 일부는 10년이 넘는 시간이 지난 지금도 유효한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