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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고등학교 다니던 시절을 돌이켜 생각해보면

 

고3담임이라는건 아무나 할 수 있는게 아니었다.

 

학교에서 꽤 선망의 대상이 되는 업무였기에

 

어떤 식으로든 인정받는 사람이 아니라면

 

(그게 교과 실력이든, 입시지도력이든, 아니면 인간관계든)

 

고3담임을 한다는건 생각하기 힘들었다.

 

그리고 그 고3 담임들을 대표하는 부장은

 

인문계고등학교 업무의 꽃이라고 불리기도 했는데

 

한해의 입시 전쟁을 효율적으로 이끌어가기 위해

 

3학년 부장과 합이 잘맞는 교사들을 3학년 구성원으로

 

선택할 수 있는 특권이 주어지기도 했었다.

 

하지만 세월은 흐르고 흘러

 

입시 제도라는 것이 입시 전문 기관에서 배부하는

 

배치표 점수대로 자선 그어서 지원시키는 수준에서는

 

해결이 안되는 전문적인 영역으로 발전해가고 있기에,

 

인문계 고등학교에서 가장 중요한 입시 결과라는 것에 대한

 

부담감은 날로 증가되고 있으나

 

우수한 재원들은 이미 자사고나 과학고 등에 대부분 뺏겨버려

 

상위권 대학에 보내는 것이 너무 힘들어져 버렸기에,

 

돌아오는 것은 아무 것도 없고

 

여러 부분에서 부담감만 심하기에,

 

고3담임은 점점 모든 교사들이

 

기피하는 보직이 되어가고 있는게 현실이다.

 

이런 상황에서 고3부장에게 주어졌던

 

3학년 담임을 구성할 수 있는 엄청난 특권은

 

여러 선생님들을 찾아다니며 설득해서

 

어떻게든 3학년부를 구성해야 하는 부담스런 의무로

 

바껴버리게 되었다.

 

어찌저찌하여 3학년 부장을 맡아야 할 입장인 지금

 

선생님들을 찾아다니며 학년을 맡아달라고 부탁드리는게

 

참 어렵고 어렵고 어렵다.

 

사람들과의 적당한 거리 두기를 좋아하는 내게는

 

그들의 간격 속에 들어가 원치 않는 일을 권해야 한다는 것

 

자체가 고역이라 마음이 참 많이 무겁다.

 

돌아보면 나는 학교에서, 혹은 모셨던 부장님들이

 

이런 업무를 맡아달라고 쭈볏 쭈볏 부탁하기 전에

 

내가 먼저 그 일을 하겠다고 자청했던 것 같다.

 

고3담임이든, 인성기획이든, 교무기획이든

 

분위기보고 내가 맡아야 할 것 같은 일은 부탁하는 사람이

 

부담스럽지 않게

 

내가 먼저 그거 할게요하고 얘기했던 것이다.

 

나는 그 시절에 왜 좀 튕기면서 살지 못했을까 ㅋ

 

너무 쉬운 선생이었던 지난 날이 좀 후회된다.

 

내가 튕긴다고 누가 신경이나 썼겠냐만은 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