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이 있어 부산에 갔다가 광안리에서 하루 저녁을 보냈다.
광안리에서 1박을 한건
대학동기였던 우경이 입대 기념 군주를 하러 부산에 갔던 99년 이후 처음인 듯 하다.
그때 한창 광안대교 기초공사를 하고 있었는데....
완성된 광안대교는 부산의 랜드마크로 자리 잡았고
많은 사람들이 그 앞에서 기념 사진을 찍곤 한다.
광안대교는 그동안 얼마나 많은 사람들의 사연을 봐왔을까.
99년 초봄 그 늦은 밤에 술에 취해 바다로 뛰어들었던
병신같은 우리의 모습도 기억하고 있겠지.
아니 그가 그것을 기억하는가 하지 않는가는 중요하지 않다.
그 모습을 보며 내가 잊었던 기억을 되살리는 것 자체가
이미 의미를 불러일으킨 것이 아닌가.
이런 아침 백사장에 로우앵글로 설치해둔
내 카메라 안에는 아무 의식없이 지나다니는 사람들의 모습이 담겼다.
각자의 사연을 가지고 살아가는 사람들이
스치듯 내 카메라로 들어왔다 사라졌다.
그리고 우리의 짧은 인연처럼 그들이 남긴 발자국도
거친 파도에 쓸려 사라지고 말았다.
찰나도 기억하지 못하는 우리와 달리
인간이 만든 건축물에 불과한 대교는
몇년동안 변함없이 그 모습들을 바라봐 왔으리라.
그리고 아무말도 없는 광안대교 앞에서
많은 사람들이 잊고 있었던 기억을 되살렸으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