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를 챙겨보는 편이 아니지만 요근래에는
2개의 방송을 꽤나 자주 본 편이다.
하나는 얼마전에 종영됐던 별에서 온 그대.
소재에 비해 이야기를 끌어가는 힘은 너무 너무 약해서
작가의 역량을 의심하게 만들었지만 김수현과 전지현의 연기가
너무 좋아서 끝까지 봤던 것 같다.
그리고 또 하나는 K팝스타 시즌3이다.
이상하게 TV틀면 재방송을 하고 있어서 계속 보게 되었는데
심사위원들이 참가자들을 평가하는 걸 듣고 있으면 왠지 사진 생각이 나서
더 자주 보게 된 것 같다.
이 프로그램의 참가자 중 섬띵이라는 팀이 있는데
다른 팀과는 달리 매 경연을 모두 자작곡으로 소화하고 있는 대단한 아이들이다.
일주일안에 새로운 곡을 만들어서 연습하고 무대에 올라야 한다는것
어찌보면 프로들에게도 힘겨울 일을 아마츄어들이 해내고 있다.
하지만 심사위원들은 항상 이 팀에 대해 혹평을 거듭했고
어제 방송에서 그들에 대한 평가는 심사위원들의 평가는 그것의 극점이었다고 생각한다.
썸씽의 여자 멤버가 너무 서럽게 우는데 그게 이해가 되서 더 안타깝게 느껴졌다.
박진영은
썸씽의 노래가 진심으로 좋다.
두분이 어떤 사람인지 알겠다. 너무 예쁜 마음씨를 가졌고 예술성이
뛰어난데 그걸 4분짜리 히트곡이라는 형식으로 만들어 낼 수 있는 능력이 있어야 한다는 거다.
한번도 빨려들어가면서 들은 적이 없다. 이번에도 마찬가지였다.
안에 있는 예술성을 사람들 마음을 움지이는 노래로 만들 수 있다면 정말 좋은 작곡가가 될 것 같다
라고 평했다.
유희열의 경우
트레이닝을 3주간 해봐서 아는데 이 친구들이 방향성을 찾는데 길을 헤매는 상태다. 모색하는 모습이 여기까지 전달됐다.
최선을 다한 점을 칭찬해주고 싶지만 한편 아쉬운 점도 있었다
고 말했다.
이걸 요약해보자면 재능은 있지만 아직은 아니다.
잘 하지만 마음을 흔들 정도는 아니다.
아직 더 모색해봐야 할거다.
정도로 정리가 될 거다.
아마 여자멤버가 울었던 것도 이런 부분 때문일 것이다.
그 어떤 평가보다 냉정하고 가슴을 후벼파는 것이 이거다.
잘하지만 뭔가 모자라다는 것.
지금의 나로서는 알 수 없는 뭔가를 모색해야 한다는 것.
여기서 재능이 있다. 잘한다는 말은 혹평에 대한 충격을 완화시켜주기 위한
밑장 깔기에 불과하다는 것을 너무 잘 알고 있다.
열심히 했고 나름대로는 찾았다고 생각했는데 그게 심사위원의 입장에서는 아무것도 아니었다는 것.
잡으려고 미친 듯이 뛰었는데 잡을 수 없는 그 느낌.
그 느낌을 알기에 흐르는 눈물의 깊이를 이해할 수 있었다.
사진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내 나름대로는 멋진 아이디어로 최선을 다해 포트폴리오를 구성했다고 생각했는데
심사하는 사람에게서
'사진은 잘찍으셨어요. 그런데 이걸 왜 찍으셨죠?'
라는 질문이 돌아올 때.
'멋진 포트폴리오입니다. 정말 잘 하셨는데 예상했던 작업이네요.
다른 작가들에게서 찾아볼 수 없는 신선함은 없는 것 같아요.'
라는 말을 들을 때.
심사위원 앞에서는 고개를 끄덕이면서도
가슴 속으로는
'난 최선을 다했는데. 아이디어도 좋은데. 문제의식도 있는데.
그래서 너희들은 뭐그리 대단한 사진을 찍어서? 내가 사진도 잘 찍는데. 왜? 왜? 왜?'
라는 생각이 들어버리는 건 어쩔 수 없는거다.
지금의 나로서는 도저히 찾을 수 없는 어떤 것. 완성을 위한 0.1%
그것이 사람을 힘들게 하는 것이다.
이것이 예술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겪을 괴로움이 아닐까?
그게 노래든, 그림이든, 사진이든......
이갑철 작가님이 하신 짧은 한마디가 내내 가슴에 남는다.
'예술은 뭔가가 있어야 하는데.'
그 추상적인 뭔가.... 아무리 구체화 시키려해도 쉽사리 되지 않는
안개 속의 흐린 형상같은 그것을 찾기 위해 예술가들은 오늘도
현실을 걷고 관념 속을 헤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