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
사전적 용어 해석은 이렇다.
사진은 아름다움을 표현하는데 목적을 두고 있으므로 예술에 한 발을 담그고 있다.
하지만 창조하는 것인가에 대한 부분은 애매하다 그렇다고 할 수도 있고 아니라고 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우리가 일반적으로 보고 있는 사진들은 대상의존적이다.
멋진 풍경사진을 찍기 위해서는 풍경이 있어야 하고 인물 사진을 찍기 위해서는 인물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사진의 필연성은 대상의 포착과 재현에 있다.
대상을 그대로 찍어내는 것은 창조인가? 이부분이 애매해진다.
물론 사진기가 대상을 그대로 찍어내는 것은 아니다. 렌즈의 화각에 따른 왜곡
카메라의 이미지 프로세싱 등이 복잡하게 얽히어 대상을 그대로 재현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하지만 찍는 사람의 대부분은 대상을 재현하고 있다는 생각으로 찍어낸다.
이런 경우 사진은 창조라고 보기에 힘든 것이 된다.
창조라고 하는 것은 이전에 없었던 것을 만들어 내는 것이다. 독창성이 무엇보다 중요한 것이다.
그리고 이는 자신이 바라보는 대상, 혹은 세계에 대한 해석을 필연적으로 동반하게 된다.
그러므로 지금 존재하는 것을 단순히 재현한다는 마음으로 찍어내는 것은 창조가 아니다.
즉, 그런 의미의 사진은 예술이 아닌 것이 된다.
여기서 질문이 던져진다. 사진을 할 것인가 사진으로 예술을 할 것인가?
이 질문은 단순한 스트레이트 사진을 찍을 것인가 메이킹포토를 할 것인가 하는 문제와는 다르다.
예술사진은 단순한 현상의 포착만으로 이뤄지지 않는다. 그런 의미에서 지금의 예술 사진은
개인의 느낌이나 생각을 새로운 방법으로 담아내는 현대사진의 개념과 동일시된다.
현대 사진의 영역은 매우 넓다.
일반적으로 현대사진 하면 메이킹포토만 생각하지만
장노출, 포토콜라쥬, 라이트 페인팅 등등의 여러 기법을 완전히 배제한채 심지어 포토샾도 전혀
사용하지 않은 스트레이트 사진도 현대 사진으로 분류될 수 있다.
그것은 찍은 사람의 의도가 무엇이고 그것을 어떻게 구현해 내었는가가 결정하는 것이다.
현대사진의 아버지라고 불리는 로버트 프랭크의 사진이나 윌리엄 클라인의 사진들을 보면
어떠한 복잡한 기법으로 찍힌 사진이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사진의 문법은 아직도 유효하다.
단순한 기법에의 의존이 아니라 전하고자 하는 자신만의 메시지를 새로운 방법으로 드러내는 것이
현대사진의 요체가 되는 것이다.
현대사진이 어려워지는 이유는 무엇일까?
포스트모던의 시대 이후 거대 담론에서 탈피하여 미시적인 것들에까지 관심이 확대되고 있기 때문이다.
예전이라면 생각도 하지 않았던 작은 부분, 개인의 쓸데없어 보이는 생각, 하찮은 것들까지도 모두
사진의 소재가 된다.
이전의 사진은 명료했다. 하지만 현대사진은 모호성을 가질 수 밖에 없는 것이다.
그것은 모두의 공감대를 사기 위한 큰 이야기가 아니기 때문이다.
(혹시 거대한 어떤 것을 다루더라도 그것을 전개하는 방식 자체가 전통적인 내러티브 방식이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대 사진 전체를 아우르는 어떠한 전체적 맥락, 보이지 않는 구조성은 존재한다.
일반인들의 어려워하는 개념미술에 가까운 사진들이 홍수처럼 넘치고 있다.
그런 사진들을 이해하는 것이 힘든 것은 그 사진가들의 의도를 제대로 읽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들은 사진 그 자체를 목적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사진을 도구로한 예술을 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사진 그 자체에 집중하게 되면 작가의 의도를 간과하게 되는 우를 범하게 된다.
그것을 파악하는 것이 현대 사진을 감상하는 것이다.
현대사진은 사진 속에 포함된 이야기를 쉽게 드러내지 않는다.
정보를 일부만 공개하여 그 대상에 대한 궁금증을 증폭시키며
다양한 방법의 은유를 통해 전하고 싶은 이야기를 몇겹으로 덮는다.
그러므로 작가의 의도롤 파악하고 사진의 진정한 의미를 감상하는 것은 어떤 의미로는
가장 어렵고도 즐거운 게임이라고도 할 수 있다.
쉽게 전달되는 것은 처음에는 좋으나 또한 쉽게 질린다는 단점이 있다.
대부분의 동호인들이 찍는 사진들은 사진 기법으로는 완벽한 것들이고 또 그 자체의 아름다움을 갖추고 있으나
창조성과 대상에 대한 해석이 적극적으로 개입된 것은 아니기에 진정한 의미의 예술이라 말할 수는 없는 것이다.
볼 때마다 새로운 울림을 주는 사진, 이전에 보지 못했던 창조성을 더한 사진 예술을 할 것인가
아니면 즐거움을 위한 단순한 사진을 할 것인가는 사진기를 잡는 사람의 선택에 달려있다.
그 어느 것도 나쁘다고 할 수는 없다.
사진기를 잡은 모두가 예술을 해야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모든 사진이 생각을 담고 심오함을 추구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사진으로 어떤 메시지를 애써 전할 필요는 없다.
하지만 예술로서의 사진을 하고자 한다면 조금 더 깊고 다른 방향으로 접근해야 한다.
이 글은 누구를 가르치거나 정보를 전달하기 위함이 아니라
스스로의 생각을 정리하기 위해 휘갈겨 놓은 것인 관계로 댓글을 닫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