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을 좀 어설프게 찍는다고 소문이 나다 보니
이런 저런 경로로 사진을 가르쳐 달라는 말을 자주 듣는다.
여러번의 사진 강의 경험을 돌아보면 갑자기 얼굴이 확 달아 오른다. 부끄러워서....
과연 나는 사진을 가르칠 정도로 내 사진이 완성되어 있다고 자신하는가?
대답은 당연히 NO다.
사진에는 답이 없다. 그런 사진을 어찌 가르친단 말인가?
카메라 메카니즘에 대한 기본적인 것들, 사진사에 대한 일반적인 내용들.
사진의 노출과 초점 구도, 몇년전부터 유행했던 그런 종류의 사진을 보여주고
찍는 법을 연습시키는 것. 그게 사진을 가르치는 것일까?
사진을 시작하는 사람은 궁금증이 많다.
하나부터 열까지 물어보려 한다.
하지만 그렇게 쉽게 답을 구하려는 사람들은 사진을 오래 찍지도 않을 뿐더러
찍게 되더라도 예술하는 사람이 되지는 못한다.
그러므로 주위에 사진을 가르쳐 달라고 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냥 그대로 둬라.
내가 괜히 장비병에 빠져서 고생했다고
그에게 이런 저런 장비를 사라고 콕 찍어서 가르치지 마라.
내가 똑같은 포인트에서 풍경사진 찍느라 시간 낭비를 했다고
그에게 그런 사진을 찍지 말라는 얘기를 하지 말라.
사진에는 다 때가 있다.
장비병이 나쁜 것인가?
경제적 여유가 된다면 많은 장비를 경험해 보는 것은 분명 도움이 된다.
사고 팔고를 반복해봐야 수업료로 깎여나가는 몇만원의 손해만 있을 뿐이다.
엄청난 정의감을 발휘해서 그들의 장비 욕구를 막을 필요는 없다.
나도 지독한 장비병 환자였고 지금도 그렇다.
그래서 그 시절을 후회하는가?
아니다. 나는 그 많은 렌즈와 바디를 경험하면서 즐거웠고 또 나름의 경험도 얻었다.
내 작업에 가장 적합한 카메라가 무엇인지 스스로 고를 수 있게되었고
렌즈의 특성을 알고 필요에 따라 선택하게 되었다.
이것은 말이나 글로는 얻을 수 없는 경험이다.
나 역시 포인트 찾아다니며 풍경사진을 찍었고 인터넷에서 좋은 사진을 보면
그것과 똑같이 찍어보려 애썼다.
지금도 멋진 풍경사진을 보면 그곳에 가서 사진을 찍고 싶다.
남들과 똑같은 사진 찍어서 뭐하냐고?
처음부터 사진이 완성되는 것은 아니다.
그 똑같은 풍경사진 찍으면서 화각과 노출과 구도를 배웠고
그 경험이 축적되서 지금의 내 사진을 찍고 있다.
내가 겪은 이 경험들을 한두시간의 말로 정확하게 전달할 수 있을까?
시나브로라는 말이 있다.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조금씩 조금씩.....
젖어들듯이 늘어가는게 사진이다.
그러므로 몇년간 수많은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쌓아온 자신의 어떤 것을
다른 사람에게 단정적으로 전달하지 말라.
1+1이 3이 될 수도 있는 것이 사진이기에....
그에게는 그가 가야할 사진의 길이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