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술을 좋아합니다.
아니 사실 술자리를 좋아한다고 보는게 맞겠네요.
혼자서 술을 마시는 경우는 별로 없으니까요.
사실 술이 뭐가 맛있겠습니까?
소주는 쓰기만하고 맥주는 텁텁한데요.
대학교 때부터 그저 술을 마실 때 그 어울리는 분위기가 좋았을 뿐이죠.
요즘은 술을 마시는 자리보다 그 자리를 기다리는 시간이 더 좋기도 했습니다.
술자리에서 오고 가는 많은 대화. 깊어지는 마음들....
때로는 싸우기도 하고 또 때로는 같이 웃으면서 그만큼 인생이 넓고 풍요로워지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하지만 이젠 그렇지 않은 것 같아요.
술을 마시면 좋지 않은 것 같습니다. 괜한 불만이 가슴에 맺히고
그걸 풀어내려고 감정이 더 격해지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지금부터 어떠한 이유로라도 술을 마시지 않으려 합니다.
마음을 터놓고 얘기하는건 이제 술이 없어도 할 수 있는 나이니까요.
오래 사귀어 왔던 친구와 작별을 하는 기분입니다.
내 이십대.... 삼십대 초반을 아름답게 만들어주었던 술,
이제는 안녕을 고해야 할 것 같네요.
더불어 들떠있던 마음과도 작별을 하고 본연의 자리로 돌아가겠습니다.
요즘은 왠지 다른 사람과 어울리고 싶은 마음이 컸거든요.
온빛사진상 등의 큰 상을 받아도 마음에 채워지지 않는 빈자리가 있었던 것 같아요.
그건 아내나 아들, 가족들이 채워주는 자리와는 좀 다른 거였든요.
사람과 사람의 관계에는 불가근 불가원이라는 절대 명제가 있는 것 같습니다.
이제는 조금 멀리서 관조해야겠습니다.
남에게 기대기보다, 남의 이해를 바라기보다, 남의 사진을 말하기 보다
내 스스로의 마음에 더 귀를 기울이고 내 사진에 좀더 집중하도록 하겠습니다.
그리고 이제는 정말 건강도 많이 신경써야 할 나이인 것 같습니다.
건강 검진을 받을때가 오면 은근히 걱정이 되는 것이
몸에 전혀 신경을 쓰지 않은 부담감을 한꺼번에 받고 있는 것 같아요.
자고 있는 아이와 와이프를 보면 삶의 무게가 느껴진다던
형님들의 말씀이 무슨 뜻인지 이젠 알겠습니다.
나 죽으면 불쌍해서 어쩌나 하는 생각이 자주 들거든요.
그래서 항상 말로만 한다던 다이어트도 이젠 정말 시작해야할 것 같습니다.
만나는 사람마다 결혼 후 살이 찐 것 같다고 말을 하니 사람만나는게 스트레스였거든요.
술을 끊으면 그만큼 자연스레 살도 빠질거라고 생각합니다만
역시 운동을 좀 해야겠어요. 미용을 위해서가 아니라 건강을 위해서요.
이상이 신년을 맞이하는 제 결심입니다.
뭔가 거창한 목표를 잡고 싶었지만
소소하게 금주, 관조, 다이어트 정도로 내년을 멋지게 시작해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