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을 찍는다는게 좋았던 것 중 하나는 대부분의 작업을 혼자서도 진행할 수 있다는 점이었다. 홀로 사색하면서 사진을 찍는다는건 더할나위 없는 즐거움이었다. 카메라 하나 들고 어딘가를 걸어다니는 것만으로도 가슴 속에는 묘한 만족감이 공갈빵처럼 부풀어 오르곤 했다. 그런데 사진을 시작한지 꽤 오래됐던 어느 시점부터 관계에 대한 고민을 하게 되었다. 타고난 히키코모리인 나에게는 그것이 정말 큰 고역 중 하나였고 너무 좋아하던 사진이 싫어진 것처럼 느껴졌던 이유 중 가장 큰 부분이었다. 때로는 너무 번잡하고 때로는 민망하게 느껴지는 관계 속에서 한없이 초라해지는 나를 보고 있는게 너무 슬펐다. 사실 나는 단 한순간도 사진이 싫었던 적이 없었다. 그래 그게 사실이다. 사진 외적인 것이 주는 괴로움을 사진이 주는 ..
몇년 전 우리나라 기후가 아열대로 바껴가면서 장마철이 사라지고 스콜이 자주 내릴거라는 기사를 보았다. 우연의 일치인지, 정말 그랬던 것인지 이후로 장마 다운 장마를 본 적이 없었던 것 같다. 비가 오는 것도 아니고 안오는 것도 아닌 어중간한 날씨의 연속.... 일기예보에서는 이번 주에 장마가 시작된다고 연일 떠들던데 월요일과 화요일 날씨가 너무 좋아서 올해도 그렇겠거니 생각했다. 그런데 어제는 새벽부터 천둥이 치더니 정말 비다운 비가 내려주었다. 연일 계속되는 비에 맑은 하늘 한번만 보면 좋겠다는 마음이 절로 드는 그런 시즌. 내 기억의 장마철은 그런 것이다. 올 여름 장마는 그래 주기를 바래본다. 그 다운 것들이 다 사라지는 무렵이라 하다못해 기후라도 예전 같았으면 하는 바람을 갖게 되는건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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