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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agmentary thought/As coinlover

사진

by coinlover 2019. 6. 27.

 

사진을 찍는다는게 좋았던 것 중 하나는

 

대부분의 작업을 혼자서도 진행할 수 있다는 점이었다.

 

홀로 사색하면서 사진을 찍는다는건 더할나위 없는 즐거움이었다.

 

카메라 하나 들고 어딘가를 걸어다니는 것만으로도

 

가슴 속에는 묘한 만족감이 공갈빵처럼 부풀어 오르곤 했다.

 

그런데 사진을 시작한지 꽤 오래됐던 어느 시점부터 관계에 대한 고민을 하게 되었다.  

 

타고난 히키코모리인 나에게는 그것이 정말 큰 고역 중 하나였고

 

너무 좋아하던 사진이 싫어진 것처럼 느껴졌던 이유 중 가장 큰 부분이었다.

 

때로는 너무 번잡하고 때로는 민망하게 느껴지는 관계 속에서

 

한없이 초라해지는 나를 보고 있는게 너무 슬펐다.

 

사실 나는 단 한순간도 사진이 싫었던 적이 없었다.

 

그래 그게 사실이다.

 

사진 외적인 것이 주는 괴로움을 사진이 주는 것이라 착각하고 있었을 뿐.

 

사진은 여전히 즐겁다.

 

맘에 드는 한장이 나왔을 때 느껴지는 순수한 희열은

 

그 어떤 것과도 비교하기 힘들다.

 

나는 세상의 그 어떤 것보다 사진을 좋아한다.

 

더이상 사진이 내게 아무것도 해주지 않는다고 징징거리지 않으리라.

 

순수한 사랑이 그 대상에게 아무것도 바라지 않듯이

 

그저 순수하게 사진을 찍는 그 행위 자체를 즐겨나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