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날의 책방 근처를 걷다가 고양이 울음소리가 격하게 들리길래 가봤더니 길냥이 둘이 절벽 위에서 말다툼을 하고 있었다.
세상에서 제일 재밌는 게 길냥이 싸움 구경이라 적당한 거리를 두고 한참 바라보고 있었다.
왼쪽 녀석이 먼저 나의 존재를 눈치채고 바라보니 오른쪽 고등어 녀석도 상황 파악을 한 듯 나를 경계하기 시작했다.
고 노회찬 의원께서 말씀하셨지 외계인이 침공하면 힘을 합쳐야 한다고.
둘은 서로 적이었지만 영역을 침범한 인간에 대하서는 공동 대응하는 냥종이었던 것이다.
결국 오른쪽에 있던 녀석이 자리를 피함으로써 싸움은 끝나고 둘은 내가 사라질때까지 한참 동안이나 쳐다보고 있었다.
나는 봉평동 냥태계의 평화를 지켰다는 성취감을 안고 발길을 돌렸다.
돌아나오다 보니 치즈냥이 한 마리가 차 밑에서 상황을 예의주시 하고 있었다.
딱 봐도 순딩이던데 고래 싸움에 등 터지고 있었던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