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주 어머니께서 꿀빵이 드시고 싶다고 하셔서 세병관 주차장 앞에 있는 남망산 꿀빵을 사봤는데 의외로 맛있었다. 통영 꿀빵의 대명사 격인 오미사 꿀빵의 그 딱딱한 식감만 기억하고 있어서 꿀빵이 맛있다는 사람들을 이해하지 못했는데 요즘 꿀빵은 식어도 부드러운 상태를 유지하는 모양이었다. 꿀빵이란 손에 묻고 입에 달라붙고 딱딱하기만 한 간식이라는 편견을 싹 날려주었다. 다른 곳의 꿀빵을 안 먹어봐서 잘 모르겠다만 어쨌든 이 집 제품은 하루 지나고 먹어도 맛더라.
넷플릭스에 장송의 프리렌이 릴리즈되었다길래 몰아서 봤다. 원작이 워낙 좋아서 그런지 애니화도 만족스러웠다.
혹시 안본 사람 있으면 강력추천. 만화책도 애니메이션도 너무 좋다.
10월 2일은 내 양력 생일, 장모님께서 찬합에다 진수성찬을 싸 오셨다. 다른 것도 맛있었지만 특히 팥밥이 너무 좋았다.
얼마 전부터 이게 그렇게 먹고 싶었더랬다. 팥밥의 힘으로 내 삶을 둘러싸고 있는 재액은 모두 사라지고 복만 가득해지길.
집 근처 랭스에서 사 온 조각케이크로 촛불 끄기도 했음. 케이크는 원래 잘 안 먹어서.
고질병으로 고생하고 있는 와이프는 연휴에도 병원 신세. 진료 끝나기를 기다리며 유치환 동상 옆에 한참을 앉아 있었다.
오랜만에 올곧에서 바닐라플로팅과 자몽샤베트. 둘 다 너무 좋음. 바닐라플로트는 한잔 먹고 나면 배가 꽉 찰 정도. 자몽샤베트는 정말 상큼해서 속이 다 개운해지는 느낌.
생일날 저녁에는 가족들과 함께 수풍한우생고기에서 숯불갈비를 먹었는데 무난하게 맛있었다.
서빙하시는 분께 '양념갈비 3인분요.' 했더니 '소?'라고 확인하신 뒤 주방에 주문하셨는데
뒤에 들어와서 앉은 다른 가족이 '양념갈비 3인분요.' 하니 '돼지?' 하시더니 주방에 주문을 하시더라.
사람 얼굴만 보면 소파인지 돼지파인지 구분이 되시는 모양. 이게 업력이라는 것인지.
고기는 뼈에 붙어 있는게 제일 맛있다는 게 맛 좀 안다는 사람들이 자주 하는 말인데 나는 잘 모르겠더라. 양념갈비에서 육향의 차이를 캐치해 낼 만큼 후각과 미각이 뛰어난 것도 아니고. 꽤 맛있어 보여서 상남자 고기라며 진진이한테 잘라줬더니 못 먹어서 그냥 내가 처리. 부드러운 살 부분은 아기 고기라며 앞접시에 놔주니 잘 받아먹더구먼. 부모님들이 부드러운 부분은 자식들 다 먹이고 뼈에 남은 살 발라먹으면서 했던 말이 아닌가 싶기도.
연휴 기간 내내 머리에서 떠나지 않았던 모멸감 때문에 술을 많이 마셨다.
홉스플래쉬와 첫사랑 IPA 가 너무 좋았다. 역시 비싼 값을 하는 듯. 1캔 6900원, 네 캔 11000원짜리와는 다르다!
실론티 하이볼은 왠만하면 피하시라. 실론티와 처음처럼 소주의 안 좋은 느낌만 쏙쏙 뽑아 완성한 최악의 술이었다. 이거 마시고 잠시 졸다 일어났더니 머리가 깨질듯한 두통이....
연휴 마지막날. 집안 여성분들 식사 준비하기 귀찮으실것 같아 새벽부터 김밥을 싸서 배달해 드렸다.
내가 김밥집 아들 출신이라 그런지 김밥 하나는 정말 기깔나게 싸는 편.
무진장 좋아하셔서 보람찼다.
선생 그만두고 김밥이나 말까....(김밥집 비하발언 아닙니다. 요즘 선생질이 좀 힘들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