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학생들을 미성숙한 인격체라고 부른다. 그래서 그들은 의도치 않은 언행으로, 아무렇지도 않게 사람에게 상처를 주곤 한다. 그리고 자신이 다른 이의 감정을 짓밟아 놓았다는 것을 전혀 인식하지 못한다. 웃으면서 잠자리 날개를 뜯어버리는 어린이들과 별 다를게 없다. 그게 학생들을 대하고 그것으로 생을 이어가는 사람들이 평생 겪어야 하는 천형이다. 오늘도 그랬다. 뻔히 알고 있다. 아무 의도가 없었다는 것을. 하지만 이성과 감정은 다르므로 그들에게 아무런 표를 내지 않은 것과 달리 내 마음은 진흙탕이 되었다. 가끔 감정이라는걸 소거 시켜버리고 싶을 때가 있다. 저녁에 셰프장 후토마키에 생맥주 한잔을 완샷하니 기분이 좀 나아지는 것 같았다. 원인을 완벽히 해소하지는 못하고 다른 즐거움으로 고통을 누르는 것은 비효율적이다. 하지만 을로서 살아가는 삶을 지속하기 위해선 필수불가결한 것이다.  

 

 

집으로 돌아오던 길, 맥주를 한잔 더할까 하다가 몸이 안좋아질 것 같아서 올곧으로 방향을 틀었다. 저녁에는 사장님이 안계시니 필터커피는 못시키고 아메리카노와 바닐라플로팅으로 만족했다. 생각해보니 이곳에서는 계속 필터커피만 마셨기에 아메리카노는 처음이었다. 산미 있는 것으로 부탁드렸더니 충분히 맛있는 한잔을 내주셨다. 바닐라플로팅은 사장님께서 직접 하신 것에 비해 볼륨감이 좀 부족했지만 맛은 여전했다. 밤의 올곧은 낮에 비해 더 차분하고 또 따듯하게 느껴졌다. 없던 감성도 생길 것 같은 분위기 속에서 마음에 묻은 오욕의 얼룩을 닦아내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카페 이름대로 굽어졌던 감정이 올곧게 펴지는 느낌이었다. 내일은 또 새로운 마음을 입고 어디서 무엇이 튀어나올지 모르는 인스턴트 던젼 속으로 뛰어들어야 할테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