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뜬금없이 우울한 얘기를 꺼내서 미안하지만 멸망은 이미 확정되어 있다. 그 속도가 문제인데 예상보다 훨씬 빠른 것 같다. 삶의 태도를 근본적으로 바꾼다면 가속도를 줄여볼 수는 있겠지만 어차피 정해진  파국을 막을 수는 없을테고 무엇보다 사람들은 자신의 삶을 바꿀 생각이 없다. 내가 아닌 다른 사람들이 바껴서 막아주길 바랄  뿐이다. 뻔히 보이는 낭떠러지를 향해 기쁜 걸음을 내딛는 동지들과의 동시대를 살아가는데 대해 큰 불만은 없다. 정해진 끝에 도달하는 것은 모두 같기 때문이다. 그 끝의 너머에 무엇이 있는지 몰라 두려운건 사실이지만 나 혼자 가는 길이 아니기에, 함께 있을 때 우리는 두려운게 없었기에 그러려니하고 받아 들일 수 있는 것이다. 능력있고 운이 있는 사람들은 그 점에 도달하는게 조금 늦어질지도 모르겠지만 결과는 같다. 자기와는 아무 상관없는 일이라 굳게 믿고 있는 그들이 무척 귀여워보인다.

 

부정, 불합리를 끊어내기 위해 노력하며 설익은 정의와 편향된 합리를 사람들에게 주입시켜왔고 한순간 봄이 왔다고 느꼈겠지만 그것은 멸망 직전의 격렬한 반짝임에 불과했다. 아무리 좋은 가치와 미덕에도 결함은 존재한다. 완벽이란 실재하지 않기에 완벽인 것이다. 이데아라는, 신이라는 도달할 수 없는 가치를 설정한 이유를 무시한 순간부터, 중용과 절제에 도달하는 것을 포기한 그때부터 파멸로 가는 행보에는 무시무시한 가속도가 붙어버린 것이다. 이 멸망은 악인들이 가져온 것이 아니다. 오히려 누구보다 정의롭다고 생각했던 이들로부터 기원했으며 누구보다 평범한 사람들에 의해 완성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