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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 고독한 미식가와 드라마의 고로상 캐릭터 사이에는 꽤 넓은 간극이 있다.

드라마의 고로상은 다른 이와의 어울림을 즐기진 않지만 나름 유쾌한 느낌,

하지만 만화상의 고로상은 좀 더 시니컬하고 자기 기준이 강하다.

일로 사람들을 대하며 자신을 깍아나가야 하는 삶을 보상 받는 수단으로

그가 택한 것은 혼자만의 한끼다.

'시간과 사회에 얽매이지 않고 행복하게 배를 채울 때 잠시동안 그는 제멋대로가 되고 자유로워진다.

누구에게도 방해받지 않고 신경 쓰지 않고 음식을 먹는다는 고고한 행위,

이 행위야말로 현대인에게 평등하게 주어진 최고의 치유활동이라 할 수 있다. '

요근래 내가 대체 뭘하고 싶은건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제멋대로인 사람들 속에서 치여왔다.

그들의 눈을 보고 말을 들으며 정말 내 삶의 순간들이 깎여나가는 듯했다.

자연스러운 마모가 아니라 거친 사포로 문지르듯 갈려나가는 감정과 시간들.

정말 견디기 힘든 모멸감을 속으로 삼키면서 힘들어하고 있을 때

내게 위로가 되어 준 것도 다름 아닌 한끼의 식사, 한접시의 돈가스였다.

일년에 두세번은 어떻게든 가게되는 톤오우.

인근 지역에 이렇다할 일식 돈가스 맛집이 없기에

(한군데 있긴 있지. 내가 극혐하는 노키즈존이라 발길을 끊었지만.)

돈가스가 생각나면 시간을 따지지 않고 넘어갔다 온다.

이 집에 가면 항상 프리미엄 안심을 먹는데 이 날은 그냥 코돈부르가 먹고 싶었다.

사실 여기 돈가스는 밑젖음도 생기고 치즈와 고기의 식감도 저 유명하다는 맛집들에 비하면 부족한 부분이 있다.

하지만 충분히 맛있다고 할만한 수준이고 무엇보다 직원들의 친절함이 부족한 부분을 모두 상쇄시켜준다.

신중하고 나긋한 자세와 목소리로 손님을 대하는 그들의 모습을 보고 있자면

맛집이라는 이유로 데면 데면한 접객을 하는 곳들이 하찮게 느껴질 정도다.

어딜가서 이런 존중을 받아 볼까. 겨우 1만원 조금 넘는 돈가스 한그릇 시켜놓고 다른 곳에서,

다른 사람들에게 받은 상처를 이 집의 직원들에게 위로 받는다.

돈가스 한그릇에 생맥주 한잔을 넘기며 꺾였던 마음을 다시 세울 수 있었다.

그러므로 이 코돈부르야 말로 내게는 음식의 어원 그대로 꼬르동 블루, 블루리본을 달만한 최고의 요리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