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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읽은 책중 딱 한권만 남기라면 망설임 없이 윤경희의 분더카머를 선택하겠다. 파편화된 기억의 조각들, 여러 가지 색으로 빛나는 그 유리 파편들을 섬세하게 엮어 원래 형태와는 다른 아름다움을 가진 스테인드글라스로 완성한 듯한 책이었다. 

 

앤 카슨에 대해서는 전혀 알지 못했다. 그가 오빠의 죽음을 추념하기 위해 만들었다는 이 책에 대해서도 아예 몰랐다. 하지만 이 책의 옮긴이가 윤경희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구입했다. 그가 강의하고 있다는 대학에 찾아가 청강을 해보고 싶을 정도로 나는 그의 글에 매료되었고 그가 옮기기로 한 책이라면 분명 내 맘에도 들 거라고 생각했다. 이 선택은 나쁘지 않았다. 

 

연결되지 않을 이미지와 글이, 홈과 모양이 맞지 않는 조각이 끼워진 듯 부자연스러운 흐름이 위태롭게 이어지다 어느새 다양한 감정들로 채워진 따뜻하면서도 서늘한 밤의 형상을 만들어낸다. 추념의 대상도, 추념하는 사람도 이해하지 못했을지 모를 어떤 것이 밤하늘의 별처럼 빛난다.  

 

모두에게 다른 느낌으로 다가갈 책이다. 모두가 다른 이야기로 읽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