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휴 이틀째, 오랜만에 남해행. 내가 살았던 2005년부터 2009년까지는 이렇게 힙한 곳이 아니었는데 휴가 기간에 들러본 남해는 어휴.... 그냥 장난이 아니었다. 남해전복물회라는 유명 맛집에서 전복물회, 생선물회, 전복죽을 먹었다. 3년전부터 가보려고 했던 곳인데 코로나 때문에 참고 있다가 결국 일일 확진자수 최대치를 찍고 있는 시절에 들리게 되었다. 물회는 새콤달콤 매우 스탠다드한 맛, 뭐 그리 대단한 특징이 있는건 아니었고 전복죽은 내장을 많이 넣고 끓여서 매우 진하고 고소했다. 근처에 왔다가 먹으러 가는건 몰라도 애써 찾아갈 정도는 아니었다. 남해 물회 맛집 중 내 원픽은 역시나 부산횟집.
물회를 안먹는 진진이 점심 때문에 들렀던 스포츠파크 인근의 햄버거 맛집 더풀, 점심 시간에 갔더니 웨이팅 지옥이었다. 주문을 위해 키오스크에 도달하는데 30분, 주문하고 테이크아웃까지 40분.... 더운 날씨에 정말 인생 최악의 맛집 웨이팅을 경험했다. 전용 주차장도 꽉 차서 옆에 있는 유료주차장을 이용했는데 선불로 무조건 3000원 ㅜ_ㅜ 그래도 폐수영장을 개조해 만든 식당은 딱 내 스타일, 로고 디자인도 그렇고 사장님이 뭔가 좀 제대로 할 줄 아는 분 같았다. 난 부드러운 번에 육즙 넘치는 두툼한 빼티가 들어간 약간 느끼한 수제버거를 즐기는데 이 집 햄버거는 고기 패티로 정면 승부하는 스타일은 아니었다.소스가 상큼한 편이고 빵을 파니니 같이 바삭하게 구워놔서 정통 수제버거 마니아들보다는 가벼운 느낌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잘 먹힐 것 같았다. 힙해보여서 샀던 자두주스는 신기한 맛이었지만 다시 먹을 것 같진 않다.
더풀에 붙어 있던 소품샵 남해스떼. 인도풍의 에스닉 소품을 판매하고 있었다. 만화경이 하나 사고 싶었지만 와이프 눈치가 보여서 참았다.
잠시 들렀던 남해 아난티 이터널 저니, 예전에는 일반 서점에서 구경하기 힘든 책들이 꽤 있었는데 이제는 잘 팔릴만한 것들로 싹 교체되어 있더라. 판매하는 소품도 그렇고 갈수록 평범해지고 있는 듯.
B급상점, 마을 골목길 깊숙히 있어 우연히 찾아가기는 힘들만한 곳, 사진 중간에 있는 파란 반바지가 맘에 들어 구입해왔다. 단돈 만원으로 맘에 드는 쇼핑을 했다.
아마도책방, 소소책방 조방주님의 추천으로 들렀는데 내부 사진 촬영 금지라 쓱 훑고 나왔다.
개업한지 6년됐다고 하는데 워낙 구석에 있어서 몰랐던 초록스토어, 이번 남해행에서 들렀던 곳 중에서 가장 좋았다. 깔끔하고 아름다운 내부공간, 친절한 사장님, 팔고 있는 소품들도 예뻤고 무엇보다 폭염으로 탈진해가던 나를 구해준 맛난 유자에이드까지 다음에도 들릴 의향이 100%인 곳이다.
남해 겉핥기 투어를 마치고 1시간 30분을 운전해 통영으로 귀환, 단골카페인 ST71에 가서 플로팅라떼와 팥빙수로 기력 보충을 했다. 하루전 죽림에서 먹은 것과 확연히 다른 수준의 플로팅라떼(아이스크림라떼), 역시 이 집이 최고다.
갑자기 고기가 땡겨서 ST71 옆에 있는 김형제 고기의 철학으로 이동, 꽃목살의 육즙은 팡팡 터져 주시고, 테라는 미친듯이 청량해서 즐거웠던 시간.
한산대첩제 마지막 날이라고 무전대로를 축제 공간으로 만들어버렸다. 통영시민들 전부 몰려나온듯 활기로 가득찼던 시간, 모두들 이런 행사에 굶주려 있었나보다. 한여름밤의 꿈 같은 순간이었다. 집 앞 도로에서 불꽃놀이를 경험하다니 오래 살고 볼 일이다.
여름방학보다 더 즐거웠던 연휴 이틀째 날, 찐 휴가같은 기분으로 너무 행복하게 보냈기에 오래 오래 기억에 남을 듯, 시간이 좀 지나고 나면 이날을 아주 많이 그리워하게 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