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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중앙박물관 사유의 방. 이게 너무 보고 싶어서 서울까지 갔다. 마음은 벌써 몇개월전에 가있었지만 코로나가 무서워 참고 참았던 것. 평일의 한가한 시간에 가서 사람 없는 사유의 방을 독점할 수 있었다면 더 좋았겠지만 휴일에 사람이 붐비는 때에 갔어도 그 매력을 어느 정도는 느끼고 올 수 있었다. 같은 반가사유상이지만 어떻게 전시를 하느냐에 따라 완전히 다른 느낌으로 다가온다. 2011년에 만났던 반가사유상의 모습과 완전히 다르게 느껴져서 신기할 정도였다. 

 

 

 

 

안드레아스 거스키전. 이번 서울행 중 가장 좋았던 경험이었다. 워낙 유명한 작가의 작품들이라 이미 웹과 책을 통해 지겨울만큼 봤지만 실제 전시로 보고 나니 그동안 내가 봤던 건 진면목이 아니었음을 깨닫게 되었다. 그의 작품들은 대형 인화된 결과물로 봐야 진정한 가치를 느낄 수 있는 것들이었다. 요몇년동안 전시장을 돌아다니면서 책으로 보는 것과 별반 다를 것 없거나 오히려 못하기도 했던 작품들을 많이 만났다(이건 내 사진도 마찬가지. 그래서 내 사진은 굳이 전시로 보길 권하지 않고 책으로 보라고 공공연히 말해왔다.). 전시의 가치는 대체 뭘까? 책으로 보면 될 걸 굳이 발품 팔아가면서 볼 가치가 있는가? 하는 전시 회의론에 빠져 있었는데 거스키전을 보면서 머리가 맑아지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그저 규모만을 키우기 위한 대형인화가 아니라 작품의 메시지를 제대로 전달하기 위한 수단으로써의 제대로 된 대형인화라는게 무엇인지 확실히 느낄 수 있었다. 더불어 제대로 된 전시는 작품에 걸맞는 공간에서 이뤄질 때 완성된다는 걸 절감했다. 아모레퍼시픽미술관이라는 공간이 거스키의 사진이 가진 압도적인 스케일감을 100%살려주고 있었기 때문이다. 아직 못본 사람이 있다면 강추하고 싶은 전시다. 

 

 

 

서울에 오면 항상 들리는 익선동 고기집. 코로나 때문에 가지 못하다가 점심도 아니고 저녁도 아닌 애매한 시간대를 노려서 가봤다. 그나마 사람이 적은 때여서 별 부담감 없이 먹고 나올 수 있었다. 

 

 

여전히 압도적인 고기 퀄리티. 왜 통영에서 먹으면 이 맛이 안나는지 모르겠다. 

 

안주가 좋아서 낮술도 한잔. 좋아하는 클라우드 생드래프트가 있어서 두병이나 들이켰다. 

 

 

늦은 오후의 햇살을 받아 각양각색으로 빛나고 있던 풍경을 구경하며 을지로 곳곳을 방황했다. 

 

 

을지로 쪽 산책을 하고 돌아오니 어느새 저녁이었다. 익선동은 이미 여름밤 분위기였다. 

 

익선동 아트몬스터에서 수제맥주 한잔하고 피곤해서 기절. 

 

호텔에서 체크인하고 집으로 내려가려다가 또 언제 오겠냐 싶어 작년 오픈 때부터 핫했던 더 현대에 들렀다. 

개장 시간 맞춰서 갔는데 입구에 사람들이 바글 바글. 

 

 

오랜만에 블루보틀 ㅜ_ㅜ 커피맛도 모르는 촌사람은 저 파란 로고 하나에 감동하는거다. 

 

연휴라고 서울 사람들이 다른 곳으로 많이 나간 것 때문인지 각오했던 것만큼 붐비지는 않았던 더현대. 다른 백화점에 비해 DP가 좋아서 구경하는 재미가 있더라. 

 

 

중식이 먹고 싶은건 아니었지만 다른 식당들 대기가 장난 아니라서 혹시 하는 마음으로 웨이팅 신청해놨는데 생각보다 빨리 차례가 돌아와서 먹게된 유방녕. 유명한 중식 셰프가 자기 이름을 걸고 하는 식당인만큼 맛은 있겠지만 뭐 그리 특별하겠나 싶었다(이연복 셰프의 목란에서도 별 임팩트를 느끼지 못했기에). 근데 정말 맛있었다. 큰 기대를 안한데가 배가 고픈 상태여서 그랬을 수도 있지만 짬뽕은 정말 여태껏 먹어본 것 중 최고라고 생각될만큼 밸런스가 좋았다. 

 

기본찬으로 나온 자차이(짜사이)의 맛이 범상치 않아서 기대감이 높아지기 시작했다. 이것만 네그릇이나 리필해먹었다.

 

 

 

군만두. 진짜 맛있다. 고기소가 꽉꽉 들어차 있는데다가 적당히 바삭해서 에피타이저로 딱 좋았다. 

 

 

 

짜장면도 과하지 않은 감칠맛을 품은 고급스런 느낌. 

 

 

짬뽕은 정말 최고였다. 이상한 매운 맛을 내는 다른 중국집들과 다르게 정말 부드럽고 깊은 맛을 보여주었다. 짬뽕을 요리라고 생각해본 것 여기가 처음이었다.  

 

 

볶음밥은 고슬고슬한게 딱 스탠다드형.

 

 

 

중식냉면도 너무 좋았다. 땅콩버터 듬뿍 넣어먹으니 풍미가 기가막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