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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y by day

시국을 바라보며

coinlover 2022. 3. 20. 22:02


1.

코로나19의 위험을 조금이라도 피해보려고 3년간 거의 새벽 미사만 보러갔다. 그 시간 대에는 90% 이상의 참여자가 노인들인데 기도 내용에 올바른 정치와 나라에 대한 것이 빠지지 않는다. 괴물을 대표로 뽑아 놓고 매주 나라를 위한 기도를 하는 그들을 보며(내가 사는 지역은 특정 정당의 표밭이고 노인들의 정치 지향성은 입아프게 언급할 필요도 없을 정도이므로 그들이 누구를 선택했을지는 불보듯 뻔한 일이다.) 기도가 무슨 의미를 가지는걸까 하는 회의감이 들기 시작했다. 눈과 귀를 막고 제대로된 세상에 대한 공부는 1도 하지 않으면서, 바른 사회를 만들기 위해 사람이 해야할 노력은 전혀 하지 않고 나쁜 지도자를 선택하면서, 사랑을 말하는 신부님의 강론보다 혐오를 말하는 종편의 앵커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면서, 그저 기도만 하면 하느님이 굽어살펴 주시리라 믿는게 무슨 의미를 가질까?

2.

전쟁 전의 실정에도 불구하고 지금 90%의 지지율을 보이고 있다는 젤렌스키의 사례를 참고하여 여차하면 진짜 선제 도발을 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나는 어떤 이유로든 전쟁을 막아내지 못한 지도자는 실패했다고 본다. 어떤 명분을 가져다 붙이든 전쟁은 터지는 순간 모든 것을 끝장내므로.). 선제 타격은 전시작전권 등의 복잡한 문제 때문에 불가능하다고 보지만 도발은 꼭 무력 수단이 아니라도 가능하기에 긴장감 고조를 통한 세력 결집은 충분히 활용할 수 있을 것 같다. 진짜 안타까운 상황이지만 남북 문제 해결을 위한 마지막 모멘텀을 완전히 놓쳐버린 것이다. 이렇게 5년이 지나고 나면 다시 통일을 향한 논의를 시작하는 건 큰 의미가 없어질 것이다. 이제는 통일이 아닌 다른 방향성을 선택할 수 밖에 없다. 외교 부분에서는 우리나라의 통 큰 양보를 통해 일본과의 드라마틱한 관계 개선이 가능해질 것이다. 명분보다 실용을 내세우며 과거사 문제를 완전히 청산하는 쾌거를 이루게 될지도 모른다. 부산과 일본간 해저터널이 뚫리는 괴랄한 일이 벌어진다고 해도 별로 놀라울 것 같지 않다. 중국에 대해서는 대단한 강경책을 쓰며 나라의 자존심을 세울 것 같이 이야기 해왔지만 실제로는 별로 할 수 있는게 없을 것이다. 내치에 신경 쓴다며 해외로 돌아다니는 일은 별로 없을 것 같다. 자신에게 직접적 이익이 되지 않는 귀찮은 일을 하는 스타일은 아닐 것 같으니 다른 이들에게 맡겨 놓고 빠져 있을 것 같은 느낌이다. 나모씨 같은 이가 외교부 장관으로 하마평에 오르고 있다는게 안타깝기만 하다.

3.

저출산 문제 등을 해결하기 위한 새로운 방향의 설정 또한 불가능할 것이다. 이전 정권의 저출산 문제 해결 시도는 완전히 실패했다. 이제 새로운 길을 찾아야하는데 이번 정권에게는 그럴 의지도 능력도 없을 듯. 사실 누가 집권해도 해결하기 힘든 문제였기에 큰 기대는 없었는데 이제 해결 불가 확정으로 판단하고 있다. 부동산 문제도 해결은 불가능할 것이다. 그 어느 때보다 격렬하게 타오르고 있는 사람들의 욕망을 무슨 수단으로 진정시킨단 말인가? 더욱이 부동산으로 득본 사람들의 절대적인 지지로 자리에 오른 이인데. 혐오를 집권하기 위한 방법으로 이용했던 걸 보면 우리 사회의 각종 사회 갈등 문제를 해결할 생각은 없을 것 같다. 그것들을 정치의 수단으로 계속 이용해 먹겠지. 비단주머니 등등의 표현을 쓰면서. 교육 부분은 보수의 특성을 살려 기존 정권에서 망쳐놓은 여러 부분을 재고해 방향성을 다시 잡아줬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있지만 이들에게는 별 관심이 없는 분야일테니 큰 기대는 하지 않는다.

4.

그가 두려운 가장 큰 이유는 지지율 따위를 신경 쓰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어떤 반대가 있더라도 신경쓰지 않을 것이며 해야하겠다고 생각하는 것은 옳고 그름을 따지지 않고 하고 말 것이다. 그는 좋은 리더가 되려는 마음으로 그 자리에 앉은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대놓고 미친 짓을 하는 진상에게는 의외로 아무 제재도 가하지 못한다. 5년 동안 지지율을 과 사람들의 반응을 신경쓰며 절차의 적합성과 공정성 등을 따져왔던 대통령은 마음대로 할 수 있는게 있나 싶을 정도로 답답해보였겠지만 누가 무슨 말을 해도 들을 생각이 없는 이에게는 속 시원하게 하고 싶은걸 다 할 수 있는 자리가 된다는 걸 보게 될 것이다. 언론이, 야당이, 반대여론이, 촛불이 과연 그를 막아낼 수 있을까? 뒷소문으로 퍼져 있는대로 검찰의 캐비넷 정치가 시작된다면 그 어느 때 보다 많은 정치 스캔들이 터지는 나날들이 될텐데. 아무런 흠결없는 초인들이 전면에 나서 그에게 목소리를 높일 수 있을까? 그저 외람되옵니다만 되뇌이고 있겠지.

5.

잘못하면 탄핵하면 되지 않냐고 이야기하는 사람들이 있다. 우리나라에서 탄핵은 다시 일어날 수 없는 사건이다. 5년전의 탄핵은 그 당시였기에 가능했던 일이다. 탄핵의 부작용을 이미 겪어본 저들은 어떤 상황에서도 절대 그것만은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므로 민주당의 의석만으로 할 수 있는 것은 아무 것도 없다. 안정을 추구하는 보수적인 헌법재판소 또한 두번째 탄핵을 통과시키기엔 부담감이 너무 크다.

6.

주말 저녁 마음이 답답해 의식의 흐름대로 키보드를 치고 있다. 나의 이런 비관적인 생각에도 불구하고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게 특기인 나라이고 국민들이라 어떻게든 해나가리라 믿고 싶다. 소 잃기 전에 외양간을 고치는게 제일 좋았겠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