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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카 소포트를 가지고 있지만 심도 조절이 가능한 폴라로이드 초상 사진이 필요한 작업이 생겨 구매하게 된 롤라이플렉스 인스턴트 카메라. 핫셀블라드에 쓸 폴라로이드백이 제일 좋은 선택지였겠지만 도무지 구할 수가 없어 대안을 찾다가 이 녀석으로 결정하게 됐다. 원래 민트카메라는 이름으로 나왔던 제품인데 롤라이사와 협업해 가격이 더 높아진 채로 출시되었다. 기능이 좀 더 다듬어졌다고 하는데 전작을 안써봐서 어떤 부분이 개선됐는지 알 수 없다. 그리고 민트카메라도 여전히 판매하고 있어 뭔가 좀 애매하다(재고 떨이 중인건지도 모르겠지만). 한국에서는 엘리카메라라는 빈티지 카메라샵에서 수입해서 판매하고 있다.


패키지 구성품은 간단하다. 본체, 설명서, 건전지 세개. 그리고 사진에는 안나왔지만 워런티 카드가 있다. 엘리카메라에서 인스탁스 미니 컬러 필름 1팩을 함께 보내줬다.


외관은 롤라이 카메라의 그것을 간소화해서 재현했다. 재질이 거의 플라스틱이고 레자로 마감해서 고급스럽다는 느낌은 전혀 들지 않는다. 무게감도 형태도 롤라이플렉스 형태의 토이카메라로 생각하는게 적당하다. 새 제품임에도 불구하고 카메라 곳곳에 미세한 스크래치들이 있다. QC가 엉망인걸 보니 롤라이는 이름만 빌려줬을 뿐 생산에는 개입하지 않는 것 같다.


롤라이플렉스 로고 부분 옆에 있는 버튼을 누르면 플래시가 나온다.


붉은색 셔터 버튼과 조리개창. 조리개는 F5.6 - 8 - 16 -22의 네 단계로 조절된다.

초점조절링 아래로 노출보정 스위치(어둡게, 밝게로 각각 한단계씩만 조절가능)가 있다. 오른쪽 밑의 검은 버튼은 사진배출버튼이다. 찍고 나서 이걸 눌러야하며 누르지 않은 채로 여러번 찍으면 다중노출이 가능하다.


스크린은 실제 롤라이보다는 좀 조잡한 느낌. 스크린에 맺힌 상에 디테일이 잘 보이지 않는다. 확대경까지 재현되어 있지만 확대경으로 봐도 미세한 부분까지 초점이 맞았는지 확인하긴 어렵다.


양쪽 날개부분에는 스트랩 고리가 있다. 스트랩은 제품에 포함되어 있지 않다.


아랫부분을 열면 AA건전지 세개를 넣는 배터리실이 나온다. 바닥에는 삼각대 고정홈이 있다.

뒷면은 필름실이다. 인스탁스 미니 필름팩이 수납된다. 삽입후 왼쪽 하단의 검은버튼을 한번 눌러줘야 검은 커버가 배출되고 촬영 가능상태로 변한다. 롤라이플렉스의 미덕은 정방형 포맷에 있는데 아쉽게도 4*3 포맷이다. 스크린에 비친 상과는 다른 결과물이 나온다는걸 감안 해야한다.


실제 롤라이플렉스 카메라와 비교해보면 무게감, 디테일면에서 그냥 비슷한 형태를 한 장난감이구나 하는 생각이 그대로 든다. 물론 원래 그런 용도로 나온 제품이므로 그게 흠이되지는 않는다. 필름 이안리플렉스카메라를 사용해보지 않은 사람들 입장에서는 꽤 예쁜 즉석 카메라로 인기를 끌 수도 있을지도. 문제는 이 카메라는 익숙해지기 전까지 제대로 된 사진을 안겨주지 않는다는 것이다. 조리개와 초점을 조절할 수는 있지만 셔터스피드는 자동인데(조리개 우선 모드만 지원한다고 보면된다.) 최고 셔터속도가 1/500이라 대낮이라면 F22까지 조으고 노출보정을 마이너스로 해도 무조건 노출 오버가 된다(인스탁스미니 필름의 기본감도가 800이므로. 이걸 해결하려면 13만원에 판매하고 있는 추가 ND필터 세트를 구입해야한다.). 게다가 이안리플렉스 카메라의 특성상 상이 반대로 맺히기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은 구도를 제대로 잡기도 어렵고 스크린이 어둡고 흐린 편이기에 초점 맞추는 일도 절대 쉽지 않다. 모양에 반해서 어설픈 마음으로 구입하면 생각과는 다른 결과물에 눈물을 머금게 되는 친절하지 않은 카메라다. 필름카메라나 이안리플렉스 카메라를 좀 다뤄본 사람 입장에서는 성능에서 만족스럽지 못한 부분이 있고 인스탁스미니 필름을 사용하기에 정방형이 아닌 결과물이 아쉽다. 내가 하려는 초상 작업에서는 아쉬운 부분이 없지만 일반인들이 여행을 하며 가벼운 마음으로 인증샷을 찍기에는 번거로움이 너무 큰 카메라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