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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림 다이소 건너편에 생긴 신상 양고기 전문점 어리광. 근처를 오가다 인테리어 중인걸 보고 너무 귀여운 어린양 간판이 붙어 있길래 설마 양고기 집은 아니겠지 했는데 맞더라. 저렇게 앙증맞은 로고를 보면서 양을 먹다니 사람이 이렇게 잔인한 존재다.

지난 월요일에 내부 정리가 한창인 가게에 들러 사장님께 언제 오픈하냐고 물으니 2-3일 뒤라고 하셔서 손꼽아 기다리다 연휴 시작에 맞춰 들렀다. 통영에 양고기 집이라고 해봐야 무전동 라무진, 죽림 라무진, 마야, 초램 정도밖에 없으니(양꼬치집은 제외) 새 가게가 오픈했으면 한번 들러서 먹어주는 게 통영 미식계의 발전을 위해 바람직한 일이 아니겠는가?  

 

 

내부 인테리어는 자주 접했던 일식 선술집 분위기. 메이플라워에서 담당했을 것 같은 느낌적 느낌이 강하게 들었다.  그리 넓진 않지만 한면이 전부 창문으로 이뤄져 있어서 나쁘지 않았다. 라무진은 다찌 자리밖에 없어 불편하고 마야나 초램 같은 곳은 너무 일반 식당 같은 분위기라 중간쯤 되는 가게가 생겼으면 좋겠다 싶었는데 이 집에 딱 그런 곳이었다.

 

 

밑반찬은 이정도, 소금과 카레 등 찍어먹는 것들을 색깔별로 예쁘게 내준다. 

 

 

양고기 전문점답게 직원들이 직접 구워준다. 아르바이트하시는 분들은 일이 아직 좀 서툰 것인지 사장님이 중간중간 오셔서 직접 챙기셨다. 요즘 식당답지 않게 직원분들이 다 순해 보이고 친절해서 좋았다. 

 

 

양고기 전문점이니 무엇보다 고기 퀄리티가 중요할텐데 양 냄새도 전혀 안 나고 식감도 참 좋은 고기를 쓰고 있었다. 이 집은 희한하게도 양념 양고기를 파는데(양고기 집 많이 가봤지만 처음 봤다.) 모르고 먹으면 양인 줄 모를 수준이었다. 일행 중에 양고기를 싫어하는 사람이 있으면 이걸 먹이면 되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사이드로 나오는 야채의 볼륨감이 다른 집보다 좀 부족한 편이었다. 라무진 같은 곳에서 숙주를 한가득 올려주는 게 적어 보이는 양고기의 아쉬움을 커버하는데 큰 도움이 되는 것 같더라.  

 

 

유자 사케를 한잔 하려고 했는데 잔술의 가격이 생각보다 비쌌고 한병을 다 먹으려니 부담스러워서(술 마시는 게 나밖에 없으니) 패스했다. 술 없이 먹으려다가 아쉬워서 칭따오 한 병을 시켰는데 레트로 느낌 물씬 나는 잔(모던하우스에서 구매하셨나보다.)을 내주셔서 즐겁게 마셨다. 개업한 지 며칠 안돼서 아직 시스템이 완벽하게 자리잡지는 못한 느낌이었지만 친절하고 맛도 괜찮은 데다 인테리어도 빠지지 않는 편이라 집이라 꽤 인기를 끌 것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