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날듯하면서도 끝나지 않는 더위, 오늘은 집에 안좋은 일이 있어 한낮의 더위가 더 짜증스럽게 다가왔다.
하루를 근근히 버티고 해질무렵 기분 전환을 위해 집 근처 바에 칵테일 한잔 하러 갔다. 아무도 없는 시간대에 조용히 마시고 나오기 위해 오픈하는 시간에 딱 맞춰 도착했다.
오가며 자주봤던 술퍼마켓, 맥도널드 로고를 본따서 만든 간판이 눈에 들어와서 기억에 남았던 곳이다. 그냥 동네 포차 같은 컨셉의 가게겠거니 생각했는데 의외로 칵테일을 전문으로 하는 분위기 좋은 바였다.
넓지는 않았지만 조명과 다양한 잔들과 술병들이 어우러져 멋진 모습을 연출하고 있었다. 다른 곳의 바에서 일하시다 만렙 찍고 자기 가게를 오픈하신 듯한 느낌의 여사장님은 너무 친절하셨고 칵테일 만드는 솜씨도 훌륭해 짧지만 기억에 오래 남을 즐거운 한 때를 보내다 올 수 있었다.
미도리사워와 피치크러쉬. 인생이 쓴맛인데 술이라도 달게 마시자 싶어 시켰는데 기분 전환하기에 딱 좋았다. 모양도 맛도 만족스러웠던 칵테일들.
샷잔에 예쁜 색의 음료와 리큐르의 레이어를 쌓아 내주셨던 서비스 칵테일. 이게 은근히 쎘던것 같다.
아직 이름을 정하지 못하셨다고 하시던데 무지개 빛이라고 레인보우... 으로 지으면 너무 흔하니까 여자한테 내줄때는 라틴어 무지개의 여성형인 이리스, 남성한테 내줄때는 남성형인 아르쿠스라고 하면 있어보일듯 ㅋ
서비스가 고마워서 한잔 더 시킨 라임 마가리타. 데킬라 베이스의 슬러쉬 같았던 느낌. 여름에 어울리는 칵테일이었다.
몇잔 마시다보니 다른 손님이 들어오길래 계산을 하고 가게에서 나왔다. 칵테일 생각날 때마다 가볍게 들러서 한잔씩 하면 좋을 것 같은 곳이었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하늘을 보니 당연하다는 듯 노을이 불타오르고 있었다. 시간이 지나고 나서 돌아보면 2021년은 일몰이 가장 아름다웠던 해로 기억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