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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저녁 노을 빛이 장난이 아닌 나날들. 밖으로 뛰어나가고 싶었지만 눈으로 본 순간 이미 늦었다는걸 알아버렸기에 이정도 사진으로 만족할 수 밖에 없다. 자다가 일어난 초사이어인 머리만 아니었으면 1층까지는 내렸지도 모르겠다. 내일 새벽에는 통영대교 일출을 노리겠다는 다짐을 하지만 5시 정각에 그곳에 서있을 수 있을지. 하늘은 또 이런 마법같은 색감을 허락해줄지 알 수 없다.


백신접종핑계로 다이어트를 잠시 멈추고 길티플레져의 끝판왕 채끝짜파구리를 해먹기로 했다. 채끝이 없어서 척아이롤스테이크로 대신했으니 엄밀히 말하면 척아이롤짜파구리라고 해야겠지만. 일단 후추와 소금으로 시즈닝한후 버터를 넉넉하게 넣고 팬프라잉.

깍뚝썰기해서 미디엄 레어정도로 익히고 레스팅 해둔다.


개인적으로 짜파구리의 황금조합은 짜파게티 두개에 너구리 한개라고 본다. 면과 함께 너구리 스프를 넣고 일반 라면과 같이 끊인다. 면이 90%쯤 익으면 국물을10% 정도 남기고 따라낸다. 다른 사람들은 면만 익혀서 짜파게티와 너구리 분말스프를 섞어 넣고 볶던데 그것보다는 이렇게 하는게 더 맛있더라.

짜파게티 분말스프와 올리브유를 넣고 남은 국물이 쫄아질 때까지 센불에 볶아 낸다. 타이밍을 잘 맞추면 너구리 국물 맛이 약간 느껴지는 완벽한 짜파구리가 만들어진다.

그릇에 담아낸 후 고기를 올리면 끝. 두말할 필요가 없는 맛. 사실 이 조합은 맛없게 만들기가 더 힘들다.



애정하는 카페 ST71은 오전 10시부터 문을 연다. 손님이 아무도 없을때 빨리가서 음료를 한잔해야겠다 싶어서 설겆이 끝낸 후 바로 길을 나섰다. 예상대로 첫 손님이었고 아무도 없이 쾌적한 카페에서 한참을 노닥거리다 돌아왔다.

처음 시켜본 플로팅 라떼. 맛있다. 아포가토에 에스프레소 대신 라떼가 올라간 느낌이라고 보면 되겠다. 엄청 달아서 먹기 힘들 것 같지만 당도는 생각보다 적절하다.

브라운치즈크로플. 필수 메뉴. 이거 시키고 후회할 일은 절대 없다.



신메뉴 테스트 중이라고 서비스로 주신 퐁당 오 쇼콜라. 따뜻한 초콜렛이 흘러내리는 아름다운 비주얼. 아메리카노와 함께 먹으면 균형이 딱 맞을 듯한 달콤함. ST71은 디저트 맛집으로서의 모습을 점점 갖춰가는 듯하다. 크기를 좀 더 키울 생각이라고 하시던데 2인 기준으로 딱 적당한 양이라 이대로 유지하고 가격을 조정하는게 좋을 것 같았다(가격이 얼마로 책정됐는지는 못들었다.).


에어컨 바람 맞으며 오후 내내 뒹굴다가 간식 줄 시간에 맞춰 만냥이 영역에 갔다. 우수고양이가 되고 싶은 만냥이. 그렇게 오래 간식을 먹였는데도 간격을 안내주는게 섭섭했는데 동네 아주머니로부터 만냥이의 슬픈 사연을 듣고 나니 그러는게 이해되서 더더욱 사랑해주기로 결심했다.


고양이 간식만 챙길게 아니라 사람 먹을 것도 챙겨야해서 오랜만에 단골집인 포텐에 갔다. 저녁 타임 첫손님. 역시나 아무도 없는 쾌적한 식당 안에서 맘 편히 먹고 왔다. 코로나19 시국의 식당 이용은 사람이 적은 시간을 제대로 노리는데 묘미가 있다. 포텐 텐동은 오랜만이라는 어드밴티지가 더해져서인지 예전보다 더 맛있게 느껴졌다. 마음 같아선 일주일에 몇번씩 오고 싶지만 먹는대로 살로 가는 최강 효율의 내 체질 때문에 불가능하다.


SNS담벼락마다 천하제일노을자랑대회가 열리는 시즌, 나름 명망있는(?) 사진쟁이의 한명인 관계로 손가락 빨며 구경만할 수는 없어 백만년만에 삼각대를 챙겨 노을 촬영에 나섰다. 며칠전 승민이 형이 인평동에서 올린 사진이 좋아서 달려갔는데 너무 일찍 도착해버렸다. 사진을 몇장 찍다보니 마리나리조트 요트 계류장이 더 나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급히 차를 몰고 이동했다.


경상도 사진쟁이들은 노을 좋은 날을 하늘이 디비진다고 하는데 정말 완벽하게 뒤집어 졌다. 어제에 비해 장엄한 느낌은 부족했이나 색감이 더 부드럽고 로맨틱해보였다. 오랜만에 찍는 노을 사진이라 생각보다 셔터를 더 많이 누른 것 같다. 같은 사진들을 쓸데없이 너무 많이 찍었다. 단독 사진으로서의 임팩트는 부족하고 블로그 포스팅용 정도로 충분한 것들.
눈으로 본 것보다 너무 부족한 결과물에 실망하다 스러져가는 미명을 뒤로한 채 차를 몰아 집으로 돌아왔다. 바닷바람을 맞다가 돌아와서인지 어제에 비해 선선한듯한 느낌이 들었다. 하지만 에어컨을 켜서 집안 온도를 확인하니 31도, 선선은 개뿔.... 오늘도 열심히 열대야 속을 헤매야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