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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년전 에어팟이 처음 출시됐을때 괴랄한 디자인이라고 폄하하면서 

 

저걸 누가 하고 다니겠냐는 생각을 했다. 

 

예상과 달리 애플매직은 유효했고 에어팟은 무선 이어폰 시장을 선도하는 제품이 되었다. 

 

그래도 내 취향이 아닌 것은 확실했기에 주머니를 털어 살 생각은 전혀 없었건만 

 

수경 동지가 에어팟 프로로 업그레이드하면서 자기가 사용하던 아이팟을 선물해주었고

 

학기초에 맥북에어 M1을 사면서 에어팟을 사은품으로 받게 되어 졸지에 두개나 갖게 되어버렸다. 

 

음악을 좋아하긴 하지만 이어폰을 사용할 정도로 자주 듣지는 않아서 큰 쓸모가 없었고

 

여전히 흰색 막대기 같은 디자인은 좀 여러워보여 한참 애플 제품에 관심을 많이 보이던

 

진진이에게 장난감으로 던져줘버렸다. 

 

작년에도 그랬지만 올해는 더 심하게 말을 안듣는 학생들(매년 20명정도) 때문에

 

교문지도가 큰 스트레스로 다가오기 시작했다. 

 

정당한 지도에도 노골적으로 반감을 표하는 몇몇 학생들은 얼굴만봐도 심장이 빨리 뛸 정도로 힘들었는데

 

의사분께서 음악을 들으며 지도하라고 권유해주셨고 방치되고 있던 에어팟의 활용도가 생겨났다. 

 

사실 이걸 낀다고 뭐그리 큰 차이가 생기겠나 싶었지만

 

의외로 시간도 잘가고 마음이 느긋해져서 태도가 불량한 학생들과도 덜 부딪히게 되니 좋더라. 

 

교문지도 하다가 학교 입구 유리창에 비친 모습을 보면 귀에 달린 흰색 막대기 형상이 웃겨보이긴 하지만

 

인성부장을 그만두는 그날까지는 어쩔 수 없이 계속 끼고 있어야할 것 같다. 

 

지금 내게 에어팟은 기호품이 아니라 생존을 위한 방어막이니까. 

 

이걸 빼면 아이들의 비속어가 내 귀에 바로 꽂혀들 것 같아 두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