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SLR쓰던 시절부터 나는 왠지 본 브랜드의 네이티브 렌즈들 보다
서드파티인 시그마의 것이 더 맘에 들었다.
시그마 렌즈 특유의 촌스러운 펄이 들어가 있던 시절에도
날카롭고 투명한 결과물과 네이티브 렌즈에 비해 상대적으로 저렴했던
가격에 반해 다양한 렌즈를 구해 썼었고,
글로벌 비전 렌즈들의 발표로 세련되고 통일성 있는 디자인으로 거듭난 이후에는
갖고 있던 네이티브 렌즈들을 다 정리하고 시그마 렌즈로 화각을 맞출정도였다.
소니 미러리스로 넘어온 이후에는 시그마에 대한 의존도가 더 높아졌는데
DSLR을 사용하던 시절 시그마의 치명적 약점이었던 핀문제가 해결됐기 때문이다.
미러리스의 구조상 구라핀이 발생할 확률이 현저히 낮아지게 되었기 때문에
시그마로서는 미러리스 시대의 개막이 큰 호재로 작용하였을 것이다.
시그마의 렌즈 라인 중에서도 스포츠나 컨템포러리 계열 제품은 거의 써보지 않았고
압도적인 화질을 추구하는 아트 라인만 들였는데
비록 컨템포러리 라인이긴 하지만 메탈 소재의 컴팩트한 외관을 가진 35mm F2 DG DN의
경우는 발매 정보를 알게된 이후 관심을 가질 수 밖에 없었고
몇주 고민을 하다가 소니 35mm F1.8과 교환 하자는 분이 계셔서 생각보다 손쉽게 손에 넣게 되었다.
박스를 열고 실제품을 만져보니 클래식 렌즈 같은 디자인을 추구하는 듯 하면서도
전위적인 느낌이 뒤섞여 있는 묘한 렌즈였다.
후드를 체결하면 디자인적으로는 좀 더 멋지지만 부피가 커지니 쓸일은 없을 듯 하다.
메탈 소재라 찍힘에도 취약할 것 같고.
패키지 구성품 중 특징적인 것은 렌즈 앞캡이 두개(하나는 일반 캡이고 하나는 자석캡)들어있다는 것.
시그마 렌즈 패키지의 특징과도 같은 도시락 통 파우치는 들어있지 않다.
(컨템포러리 라인에는 원래 안들어가는 모양이다.)
체감 무게와 길이 정도는 소니 55.8 렌즈를 쓸때의 감각 정도랄까.
데일리 렌즈로 사용하기에 딱 좋을 정도였다.
화질이 정말 좋다는 말에 기대를 많이 했는데 결과물은 상대적으로 아쉽다.
쨍하긴 한데 투명한 느낌은 좀 부족하다.
좋은 렌즈로 사진을 찍으면 사진에서 기름진 느낌이 나는데
이 렌즈의 경우는 쨍하면서 바싹 마른듯한 디지털의 느낌이 강하게 난다.
집에서 몇컷 찍어본 정도이니 테스트를 더 해봐야겠지만.
(소니 35.8과 비교해서는 느낌이 나쁘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