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인러버의 다락방
은퇴를 꿈꾸는 나 본문

의외로(?) 나는 사람 만나는 걸 엄청나게 싫어한다. 맘 편한 지인들과의 모임은 좋아하는 편, 하지만 그 외의 사람들을 만나는 건 극 I인 나에게 고역 중의 고역이다. 처음 만났거나 가끔 만나는 사람들이 나를 보고 대단히 활달한 호인이라고 착각하는 경우도 많다. 그건 어색함과 대화의 여백을 참아내지 못하는 외향형(의 탈을 쓴) I가 영혼을 탈탈 털어가며 인간관계를 이어가는 것일 뿐이다. 그러고 나서 집에 오면 그로기 상태에 빠진다. 사람을 만나기는 싫지만 외롭고 싶지는 않은 나기에 사회적 관계에 대한 미약한 욕망이 충전되면 이리저리 전화를 돌리는데 막상 만남 당일이 되면 후회의 늪에서 허우적거리기도 한다.
이런 성향을 갖고 있기에 선생이라는 직업이 정말 쉽지 않다. 누구보다 많은 사람들을 매일 매일 만나야 하는 직업, 게다가 대부분 자기애와 자존감이 충만한 이들이고 남의 상황보다는 자기의 입장을 먼저 내세우는 경우가 많다. 그걸 적절히 쳐내면서 일을 해내야 하기에 감정 소모가 어느 직업군 보다 심한 편이다. 상상력이 풍부한 편이라 일을 하기 전부터 이렇게 했을 때는 어떤 일이 벌어질까 하는 망상을 수십 번 이상하고 일이 진행된 뒤에도 이렇게 했으면 어떨까 하는 후회를 수백 번 이상한다. 업무 과정을 하나하나 넘어서는 게 거의 히말라야 등정급, 더구나 일은 빨리 끝내야 한다는 강박까지 갖고 있어서 근무 시간 동안 내 속에서 몰아치는 거대한 감정의 폭풍은 그 규모를 감당해 내기 힘들 정도이다. 남의 시선을 많이 신경쓰고 타인과의 비교가 일상화되어 있는 내가 마음의 평정을 유지하는 길이란 되도록 사람은 안 만나는 것뿐, 목구멍이 포도청이고 이렇다 할 다른 능력이 없어서 이 직업을 버릴 수는 없지만(오해하지 마라 그래도 해야 할 일은 폐 안 끼치며 하고 있다.) 마음속엔 언제나 은퇴만을 생각하고 있다. 딱히 따로 하고 싶은 일이 있는 게 아니다. 그냥 평화로운 마음 상태로 하루하루를 온화하게 보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