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오늘부로 통영여자고등학교 근무가 공식적으로 끝났다.
내 교직 인생 최초로 5년을 채우지 못했던 곳이다.
교사로서도, 탐구자로서도, 창작자로서도 대실패를 거듭했다.
새 근무지에서는 똑같은 실패와 실수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매 순간 행동을 삼가고 삶의 자세를 단속해야겠다.
2.
시간의 가속도가 무서울 정도로 빠르다.
도전할 수 있는 기회도 얼마 남지 않았다.
나이란 숫자일 뿐이라는 말은 남들 위로할 때나 하는 것.
삶의 방향성을 제대로 정하고 의미 있는 족적을 찍어나가야 할 때다.
이젠 정말 진짜 진정 진실로 결단코 더 이상 미룰 여지가 없다.
막연하게 바라기만 했던 것들을 구체화하고 성과를 내야 한다.
매일 같이 반성하고 스스로를 몰아쳐야한다.
3.
선택과 집중.
올라운드 플레이어를 꿈꿔왔지만 역량이 턱없이 부족했다.
내가 잘 할 수 있는 것에만 집중해야 한다.
부족한 자원과 시간을 효율적으로, 정확한 지점에 쏟아부어야 한다.
일단 줄기만 살리고 가지는 버린다.
짧은 쾌락과 긴 허무감의 반복에서 벗어나자.
4.
이틀간 프린트 노즐, 커피머신, 그리고 치아를 스케일링했다.
이제 내 몸과 정신, 그리고 삶에 끼여 있는 노폐물도 벗겨내야 할 때다.
실패의 반복이 주는 좌절감, 반복되는 일상에서 비롯된 나태,
실속 없는 자존심, 나와 상관없는 이들에 대한 질투,
근거 없는 징후에 대한 집착 등
삶의 주름 곳곳에 켜켜이 쌓여 몸과 정신의 일부가 되어버린 단단한 비늘들을 벗겨 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