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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인러버의 다락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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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y by day

일년에 한번쯤 어부의 잔치

coinlover 2025. 10. 29. 09:40

 

 

좋아하는 부산의 일식 맛집 어부의 잔치. 나에게 부산이란 곳의 이미지 중 팔할을 차지하고 있는 승인형이 처음 데리고 가주신 이후  좋은 일식집의 기준처럼 되어버린 곳이다. 요 몇 년간 패턴을 보니 일 년에 한 번, 승인이형과 시발주류 사람들을 만날 때 가는 게 거의 공식처럼 굳어졌다. 혼자서 들린 적은 전혀 없는 모임 전용 맛집인 것이다. 그래서 솔직히 이 집의 일반적인 퀄리티는 잘 모른다. 항상 가게 대주주이신 분과 함께 갔으므로. 어쨌든 매번 갈 때마다 안주에 감동하곤 했는데 이날은 특히 더 대단했다. 사진으로 보기엔 평범해 보이지만 맛과 식감이 확연하게 달랐다. 특히 무시아와비는 여태껏 먹어본 것 중에 최고. 전복이 이렇게 까지 부드러울 수 있구나 하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식이조절이고 뭐고 완전히 내팽개치고 정신없이 먹었다. 

 

 

 

 

명사들께서 챙겨오신 술을 얻어 마시다 보니 어느새 풀꽐라. 이날 처음 뵌 경상대학교 96학번 선배님께서 가져오신 나베시마 준마이다이긴죠 아이야마는 그동안 경험해 본 플레인한 사케와는 결이 달라 한잔 마시니 머리가 띵 하고 울렸다. 이날의 하이라이트는 백년의 고독. 마르케스의 소설 이름을 빌려온, 현 일왕이 왕세자시절 좋아한다고 얘기했던 술은 대체 어떤 맛일까 궁금했는데 거의 일식 소추와 위스키 사이의 느낌이었다. 사실 맛은 내 취향은 아니었는데 (일식 소주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끝에서 느껴지는 까닭 모를 텁텁함 때문에. 다른 사람은 안 그렇다는데 나는 마셔본 대부분의 일식 소주에서 그런 맛이 느꼈다.)  오래 궁금해했던 녀석을 만나니 숙제를 끝낸 듯한 홀가분함이 느껴져 좋았다. 충배형이 가져온 (아무렇게나 보관해서 맛을 보장할 수 없다는) 닷사이23은 닷사이였다. 가장 잘 알려진 준마이 다이긴죠 다운 맛. 정미율에 따른 맛의 차이를 드라마틱하게 느낄 정도의 미각은 아닌 데다 이거 마실 때쯤에는 이미 술은 술이요 물은 물인 상태였기에 닷사이를 마셨구나 정도로 기억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