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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인러버의 다락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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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y by day

2025 생일

coinlover 2025. 10. 2. 23:23

 
 
 
 
우리 처가 사람들은 생일날 미역국을 먹지 않으면 인덕이 쌓이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2011년에 결혼하고 나서부터는 장모님이나 와이프가 미역국을 챙겨 줘서 매년 먹었다. 올해로 15년째. 그래도 통영에 와서 별별 사람들한테 이리저리 치이며 관계 때문에 고민하는 걸 보면 인덕이 별로 쌓인 것 같진 않다. 결혼 전에는 생일에 미역국을 먹은 기억이 없으니 앞선 30여 년 동안 챙기지 않은 몫 때문일까? 그러면 앞으로 두 배 정도 더 먹으면 사람들이 날 조금은 덜 고깝게 볼까? 도와주는 이들도 좀 생겨날까? 모를 일이다. 피곤한 몸을 겨우 가누고 일어나 미역국을 끓여주는 와이프를 보니 한편으로는 고맙고 한편으로는 안쓰럽다. 
 

 
 
최소한의 칼로리로 살아가고 있는 나날이지만 오늘은 생일이라 외식하러 나가려 했는데 갑자기 귀찮아져서 집에서 대충 먹기로 했다. 유튜버들이 먹는 거 볼 때는 그렇게 맛있어 보였는데 실제로 먹으니 별 감흥이 없었던 원할머니 보쌈과 족발. 위가 줄어들어서 그런지 많이 먹지도 못하겠더라. 그래도 슈나이더바이스 러브비어가 너무 맛있어서 위안이 됐다(다원에서 슈나이더바이스 헬레스를 아무 생각 없이 들이키던 나날이 그립다). 아들이 아빠 생일이라고 사 온 아이스크림케이크를 안주로 위스키도 한잔했다. 위스키의 강한 타격감은 지금의 현실, 달달한 아이스크림은 포기하지 못한 소망. 양쪽 저울은 균형을 잡지 못한 채 아래위로 흔들린다. 촛불을 끄며 소망을 말해보지만 이뤄질 거라는 기대보다는 넋두리에 가깝다.       
 
 

 
 
올해는 직장 동료로 부터 생일 선물(?)을 받았다. 서울로 출장 가셨다가 내가 산미있는 커피를 좋아한다는 얘기 들었던게 기억나 사오셨다고 한다. 그러고 보니 작년과 올해는 좋은 학년부 사람들을 만나 이전 근무지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행복한 삶을 살고 있다.(전 학교에서의 마지막 해는 정말 영원한 트라우마로 남을 듯. 택배사의 실수로 우리 학교로 와야 할 물건이 이전 직장으로 가서 잠시 들러 찾아왔는데 본관 건물에 들어가니 가슴이 답답해지더라. 공황장애 재발한 줄 알았다.) 미역국의 효과가 아예 없는 건 아니었나 보다.
 
고마워요 솔지샘! 진짜 좋아하는 종류의 원두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