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인러버의 다락방
나의 진주 - 드디어 라이비어리 본문











드디어 라이비어리.
원래 진주의 우리끼리 셀럽(?) 배원장님, 유작가님, 조방주님과 함께 새로 생겼다는 책맥집 라이비어리 원정을 떠나기로 했는데 처음 가기로 했던 날은 오픈 시간이 늦어져 다원 영업 준비 시간과 겹쳐 실패, 두 번째 가기로 한 날은 여름휴가 공지를 못 봐서 실패. 개학에다 애들 수시 상담까지 눈코 뜰 새 없이 바쁠 예정이라 눈물을 머금고 9월쯤에나 가봐야겠다 생각하고 있었는데 산청성심원에서 물난리에 휩쓸렸던 형이 진주 어머니댁에 왔다길래 퇴근하고 바로 달려가 함께 가봤다. 근데 생각보다 더 본격적인 독서 분위기의 가게라 대화를 나누기가 좀 미안해서 다음부턴 혼자 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오히려 좋아. 진주에 같이 놀아주는 사람이 별로 없으니ㅋ). 2시 오픈인 게 무엇보다 좋아서 진주 가면 빨리 일 보고 낮부터 앉아서 필사하며 맥주 한잔 하면 천국일 듯. 산토리 프리미엄몰츠, 아사히 슈퍼드라이, 테라까지 무려 세종의 생맥을 갖추고 있는 데다 언젠가부터 마트에서 구하기는 힘들어진 버드나무 브루어리의 맥주 4종까지 갖춰져 있어 너무너무 맘에 든다(이 맥주 좋아함. 무엇보다 병이 예뻐서). 형한테는 생맥주 시켜주고 나는 하슬라 IPA랑 테라스(테라+기네스, 이 조합은 여기서만 봤다.)를 마셔봤는데 맘에 드는 공간에서 마시니 맛이 두 배 이상! 관심사가 많은 나는 한 분야에 정통하지 못했다. 그림도, 독서도, 필사도, 커피도, 맥주도, 수집도. 그저 그렇게 어느 분야나 발만 살짝 담근 채로 상황이 안된다는 핑계로 미적지근한 상태를 유지하고 있을 뿐. 이렇게 좋아하는 분야를 어떻게든 엮어 일을 저지르는 사람들을 무척 좋아한다. 책과 맥주라는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을지, 아니면 다 놓칠지 앞으로의 행보를 지켜봐야 알 수 있겠지만 일단 거대한 모험심을 갖고 맥주의 바다를 책을 타고 건너려는 새로운 도전자들에게 경의를 표하고 싶다.


성경 필사하면서 들었던 의문에 대해 형한테 질문을 마구마구 던지려고 했는데 라이비어리에서 계속 그러고 있다간 영업 방해를 심하게 할 것 같아서 근처에 있는 바틀샵으로 자리를 옮겼다. 한 2년 만에 들렀는데 형한테 마음에 드는 맥주 골라서 마시는 거라고 말해주니 사장님이 그거 아니라고 기함을 하셨다. 일단 앉으셔서 주문하시라고. 아마 뜨내기들이 옛날 편의방처럼 생각하고 들어온 줄로 아셨나보다(그렇게 양식 없는 사람은 아니에요 ㅜ_ㅜ 근데 편의방 그립기는 하다. 돈 없던 시절 친구들이랑 정말 자주 갔는데). 수요비노네코라는 매우 매우 귀여운 맥주를 만나서 즐거웠고(알고 보니 언젠가 너무 맛있게 마셨던 아오오니 IPA를 만든 요나요나에일에서 만든 맥주였다.) 성경 필사하면서 주화입마에 빠질 뻔했는데 형한테 이런저런 얘기를 듣고 다시 정도로 돌아온 것 같아 기분 좋은 시간이었다. 신기한 맥주가 너무 많아서 한가득 사들고 오고 싶었는데 돈도 없고 와이프 도끼눈도 겁나서 수요비노네코 한 캔만 더 사서 퇴장했다. 맨날 좋아하는 것만 편식하다 보니 맥주를 그리 많이 마셔도 마니아라 부를 수준에도 오르지 못한 동네 술주정뱅이의 여름날 진주 맥주 탐방은 이렇게 김 빠진 맥주처럼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