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무진이 부른 청춘만화라는 노래를 듣다가 기분이 묘해졌다. 한창 임용고사 준비하던 시절, 매일 같이 자정에서 1시 사이에 학교 정독실 불을 끄고 마지막으로 나가 청량함이 느껴지는 여름밤 캠퍼스를 걸어 집으로 향했다. 그때 아무도 없는 그 길에서 하늘을 보면 별이 너무 영롱하게 빛나고 있어 말로는 다 표현 못할 고양감이 느껴지곤 했다. 내가 정말 열심히 살고 있다는, 아무것도 가진 건 없지만 지금 같은 상태면 못할 게 없을 것 같았던 그 감정이 '하늘을 날 수 있을 것 같은 밤이다'라는 가사에서 그대로 느껴져서 잠시 가슴이 설레었다. 하지만 그 노래는 20대의 청춘을 노래하는 것, 내가 느끼고 공유할 감정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럼 지금의 나는 대체 어느 세대에 수렴하는가? 어릴 적 처음 들었을 때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던 '실연의 달콤함'이라는 가사에 고개를 끄덕이게 된 그 순간부터 최백호의 낭만에 대하여에 더 가까운 나이가 되었다고 생각했지만 하지만 옛날식 다방도, 도라지 위스키도 내 감성은 아니다. 청년층에도, 중년층에도 갖다 붙이기 애매한 장년층이란 포지션. 직장에 들어와서 동기를 만난 적이 없다. 비슷한 나이대의 사람을 몇 명 정도 만난 적은 있지만 함께 보낸 시간은 짧고 공감대를 형성하기도 힘들었다. 80년대 언저리에 걸려 출생한 사람들의 공통점이 아닌가 한다. 내내 선배들과 함께 어울려 다니다 정신을 차려보니 어느새 나이를 먹어 젊은 사람들에게는 부담스럽지만 늙은 사람들에게는 여전히 만만한 그런 존재가 되어 있었다. 뭔가를 주도적으로 하기도, 그렇다고 수동적으로 끌려다니기도 뭣한. 선배들 열심히 모시다가 후배들에게도 치이는. 속해있는 모임들에서는 십수 년째 막내 역할. 완전히 진보적이지도, 그렇다고 보수적이지도 않은. 이렇게 이 쪽 저쪽 모두 끼기 힘들어 치이면서 산다는 피해의식이 가슴에 쌓여갔다. 그러던 중 대선이 끝나고 누군가가 올린 페이스북의 글을 보았다.
살면서 우리 세대에 대한 찬사를 들어본 적이 없다. 위에 언급한 이야기를 하면 다들 그렇게 살아왔다며 뭘 그리 징징거리냐고들 한다. 그래서 입을 닫고 묵묵히 걸어왔다. 사실 그렇게 힘든 세대는 아니었을지도 모른다. 그저 같잖은 피해의식에 사로잡혀 있었던 아직도 치기 어린 사람들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우리에게 필요했던건 우리의 모자람을 깨우치는 따끔한 충고가 아니라 이런 위로와 칭찬의 글이었던 것 같다. 이 글을 보고 눈시울이 붉어진 게 나뿐만은 아니었으리라 생각한다. 세상이라는 바다에 흩어져 있는 섬처럼 살아가고 있는 내 세대의 동지들이여. 멀리 있는 그대들, 가슴 설레기엔 나이를 먹어버린 아이들에게 오늘 나는 건배를 청한다. 그동안 잘해왔다고. 남아 있는 날들도 잘 버텨내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