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Day by day/Weekend

주말

by coinlover 2025. 6. 8.

 

현충일 아침 조식, 왕뚜껑. 20년쯤 전에 지구소년이라는 아마추어 사진작가의 블로그를 자주 봤었다. 그때 그의 일상 중 왕뚜껑과 삼각김밥 먹은 것에 대한 포스팅이 있었는데 왕뚜껑을 먹을 때 마다 그 글이 생각난다. 왜 그런지는 모르겠다. 살면서 겪는 수많은 일 중에서 어떤 것이 어떤 이유로 기억에 박히는지 이해하지 못할 경우가 꽤 있다. 내게 큰 의미를 가질만한 것들이 잊혀지지 않는 것은 당연할 것이나 아무것도 아닌 일이 선명하게 살아나는 것은 무엇 때문일까?  

 

 

나름 자주 가는 고깃집에서 낮술 한잔. 고기가 꽤 맛있고 사장님이 친절하셔서 좋아하는데 (내 직업상 부담스러울 수 밖에 없는) 여고생들이 알바하는 경우가 많아 두번 갈 걸 한번 밖에 못가는 곳이다. 이 날은 장모님께서 지인들에게 한턱 내시는 자리였는데 다른 테이블에 꼽사리 껴서 먹고 왔다. 낮부터 맛난 고기 구워먹으며 탄산감 충만한 국산 맥주 마시고 있자니 실제로는 어떤지 몰라도 이 순간만은 함포고복하는 태평성대. 편안한 맘으로 살 수 있는 나라를 물려주신 순국선열, 호국영령들에게 감사하는 마음이 절로 솟아 나는 현충일이었다. 

 

 

 

사는게 바빠서 애정하는 무전동 커피 올곧도 오랜만, 바닐라플로트에 필터커피도 한잔. 한동안 안갔다 싶으면 애써 시간을 내서라도 들러야 한다. 단골 집들 영업에 이상이 있는지 없는지 챙기는 것이 지역 유지 코스프레하는 사람의 기본 자세이기 때문이다. 사실 나 혼자만 단골이라고 생각하지 사장님들은 내가 누군지도 모른다. 올곧, 삼문당, 니지텐, 셰프장, 우동판다 사장님하고만 안면을 튼 정도, 그래도 통영 지역 업장들의 성업을 바라는 마음만은 지역 유지의 그것에 버금간다.   

 

 

 

 

 

이젠 이재명 대통령. 아무리 태풍이 불어와도, 태산같은 파도가 밀려와도 잘 버텨내셔서 나라 정상화시켜주시길. 취임 일주일도 안됐는데 언론들은 나라 망한다는 소리를 가열차게 하고 있구만. 우리가 어떤 민족입니까? 윤석열 시대도 버텨낸 민족 아닙니까?  

 

 

 

 

거북시장 무인식물원에서 아디안텀 고사리를 사와서 꽤 오래 방치되어 있었던 천공의 성 라퓨타 기계병 화분에 담았다. 이번에는 죽이지 말고 잘 키워야 할텐데. 식집사의 길을 걷는게 참 쉽지 않다.  

 

 

 

토요일엔 모처럼 진주. 맨날 진주 가고 싶어 마음에 병이 들 정도다. 갔다오면 다음날 또 가고 싶어진다. 이 날은 원래 어머니랑 식사하려고 날 잡은 거였는데 다른 분들 만나야 한다고 다음에 보자 하셔서 진주성 박물관의 천년진주 진주목이야기 전시 보고 노닥거리다 돌아왔다. 

 

 

 

진주성박물관 학예사분들은 진짜 열일하시는듯. 항상 좋은 전시를 기획해줘서 감사한 마음이 한가득이다. 진주 사람들은 꼭 봤으면 하는 전시, 물론 다른 지역 사람들도. 전국 최고 수준의 임진왜란 상설 전시는 언제봐도 학생들에게 추천하고 싶을 정도고, 이번 기획전시인 천년진주이야기는 진짜 진주에서 대중들에게 해줄 수 있는 지역사 이야기를 다 갈아넣었다 싶을 정도로 좋다. 이렇게 깊은 이야기를 담고 있는 동네에서 태어났다는게 너무 자랑스럽다. 내 사랑 진주, 무지성 빨간색인것만 빼면 완벽한 동네.  

 

 

 

날이 너무 더워서 어색한 초록색으로 페인트 칠한 북경장에서 중식냉면 한그릇. 평양냉면이고 뭐고 다 필요없고 여름에는 이게 최고. 내게는 전국 최고의 냉면. 

 

 

 

북경장 인근 문구점에서. 조금 더 다양하고 퀄리티 있는 제품들이 있었으면.... 노트랑 스티커 하나 사서 나옴. 

 

 

진주 피베리브라더스. 두번째 방문. 생망고빙수의 망고는 맛이 살짝 덜 들어서 아쉽. 지난 번에도 그랬지만 커피는 아주 좋았다. 모래커피니 숯커피니 하는 독특한 커피를 한다는 곳들은 뭔가 요란스러워 보여서 별로 좋아하진 않는데 여기 커피는 정말 맛있다. 

 

 

 

와이프가 직장에서 몇개 먹어보고 맛있어서 한통 온걸로 먹어보고 싶어 샀다는 홍콩산 제니쿠키. 마카다미아가 콕콕 박힌 비싼 쿠키, 결국 한자리에 앉아 초토화시킴. 

 

진주성 박물관에서 사온 일월오봉도와 책가도엽서, 북경장 옆 문구점에서 사온 제로퍼제로 스티커, 스누피 노트. 맨난 사봤자 제대로 쓰지도 않는 무용한 것들이지만 그 순간 행복하다면 오케이. 나의 이런 파멸적 소비 패턴은 와이프를 힘들게 만든다. 

 

 

일요일 새벽미사 가던 길에 만난 새음표. 사진 폴더 안에 수백장은 들어차 있는 똑같은 사진들. 그래도 찍고 또 찍고. 

 

 

집 근처 대게 전문점 게간지에서 3마리 10만원 이벤트를 하길래 오랜만에 대게. 수율은 아쉬웠지만 대게는 대게이므로. 올해 처음이자 마지막 대게가 아닌가 싶다. 서민에게 대게의 가격은 매우 무겁다. 

 

 

 

충분히 에어링된 조니워커블랙라벨은 정말 최고. 오픈 후 한 두세달 놔뒀다 먹으면 진가가 드러난다. 죠니워커블랙 정도면 내게 딱이다. 그 이상은 가격도 맛도 내겐 버겁다. 

 

서울맥주는 아니지만 서울맥주잔에 마시면 서울맥주가 되는 것이다. 

 

 

와이프가 만들어준 어묵국수 한그릇 먹으며 연휴 마무리. 우리 처가는 국수를 즐겨먹는 가풍을 갖고 있다. 다른 밀가루면은 잘 못먹는 와이프도 국수는 참 좋아한다. 나는 육수내는 요리를 잘 못하는데 와이프는 잘해서 다행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