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이프님하께서 좋아하시는 티모시 샬라메가 광고 모델이라는 이유 하나로 블루 드 샤넬을 선물로 사주셨다. 이걸 뿌린다고 내가 헨리5세나 폴 아트레이데스가 되는 건 아니지만. 사실 나는 존바바토스 아티산처럼 약간은 아저씨스러운 익숙하고 편한 향이 좋다. 출근할 때 툭툭 뿌리면 이만하면 오케이지 싶은 그 무심한 향기. 모텔이나 목욕탕에 있는 쾌남 화장품, 혹은 올드 스파이스를 살짝 세련되게 다듬은 듯 티나게 꾸몄다는 생각은 들지 않는. 그러나 비싼 향수를 선물로 주겠다는 걸 굳이 마다할 이유는 없지 않은가. 뿌려보니 확실히 향이 다르긴 하다. 더 고급스럽고, 더 오래 간다. 한 번 뿌렸는데 오후까지 잔향이 남아 있는 걸 보니, 역시 돈은 향기마저 길게 잡아두는 힘이 있구나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