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진주.
익숙한 듯 낯선 거리, 여전히 그대로인 공기.
오랜만에 만난 사람들.
서로의 안부를 묻기보다, 그 사이 흐른 시간을 조심스레 만져본다.
오랜만에 들린 가게들.
익숙한 향기. 변치 않은 메뉴와 자리. 그곳은 나를 기억하지 못해도 나는 그곳을 기억하고 있었다.
오랜만에 먹은 음식들.
입에 익숙한데, 혀끝이 낯설다. 기억 속 맛과 지금의 맛 사이, 시간은 묵묵히 간을 맞춘다.
언제부턴가 모든 것의 앞에 붙는 오랜만.
그건 어쩌면, 내가 놓쳐버린 삶의 거리.혹은 마음이 놓아버린 익숙함의 흔적.
그 모든 오랜만들이 모여 또 다시 살아갈 힘을 얻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