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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y by day

뉴잉 쥬시홀릭

by coinlover 2025. 4. 23.

 

창원 롯데백화점의 지하 식료품 코너에서 맥주 기획전이 펼쳐지고 있었다. 길게 늘어선 냉장고 안에 진열된 아름다운 라벨들을 보는 것만으로도 내 마음 한켠이 출렁이는데 그 찰나를 그냥 지나칠 수는 없었다. 그렇게 몇 병의 맥주를 조심스레 품에 안고 돌아왔다. 그중에서도 ‘주시홀릭’이라는 이름의 병 하나가 유난히 마음을 끌었다. 뉴잉글랜드 스타일의 IPA. 참 오랜만이다. 뭔가를 따질 겨를도 없이 첫 모금부터 나는 이미 그 맛에 빠져들고 말았다. 잔에 따르는 순간부터 황금빛 탁함 속에서 과일의 기운이 피어오르기 시작했다. 복숭아, 감귤, 망고가 뒤섞인 듯한 향의 향연이 코끝을 간지럽히고, 아직 맛보기도 전에 이미 혀는 침을 머금었다. 한 모금 머금는 순간, 감탄사가 절로 흘러나왔다. 아, 이거지. 바로 이거야. 이래서 내가 뉴잉을 사랑하지. 하지만 이 사랑은 늘 닿을 듯 닿지 않는 곳에 있다. 통영에서는 좀처럼 만날 수 없는 존재. 슈퍼마켓의 차가운 냉장고 속에 그 모습을 드러내는 날이 올까. 보틀샵이 들어서고, 편의점 맥주 코너에서도 손쉽게 뉴잉 하나쯤을 집어들 수 있게 되는 날. 그런 날이 올까. 어쩌면 그것은 이루지 못할 꿈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꿈이라서 더 아름다운 것. 지금 이 순간 황금빛 거품 속에서 그 꿈을 잠시 마셔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