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에는 가끔 처음 맛보는 듯한 감탄이 모습을 드러낼 때가 있다. 그것은 마치 오랜 겨울을 지나 맞이한 첫 푸름, 봄을 지나 여름으로 넘어가는 순간에 맞닥뜨리는 신록과도 같다. 나에게 있어 히츠마부시가 그러했다. 그냥 장어덮밥이라 부르기에는 그 안에 깃든 정성과 질감, 그리고 시간이 너무나도 깊었다. 언뜻 보면 평범한 한 그릇이다. 잘 구워진 장어가 윤기를 머금고 밥 위에 정갈히 놓여 있고, 반찬 몇 가지와 함께 나오는 소박한 상차림. 그러나 첫 숟가락을 들어올리는 순간, 나는 그 겸손한 겉모습 속에 숨겨진 격조를 깨닫게 된다. 부드럽게 구워진 장어의 결이 입 안에서 부서질 때, 그 향은 들풀 사이로 불어오는 여름 바람처럼 은근하고도 깊다. 첫 번째, 장어와 밥을 그대로 먹는다. 두 번째, 고명과 함께 섞어 먹는다. 세 번째, 육수를 부어 오차즈케로 즐긴다. 한 그릇 안에 세 번의 계절이 숨겨져 있다. 맛은 점점 무르익고, 입 안은 점점 고요해진다. 그것은 음식이 주는 감동이 아니라, 하나의 의식이고 경건함이었다. 마지막 숟가락을 다 비우고 나면, 이상하게도 배보다 마음이 가득 찬다. 마치 한 편의 수필을 읽은 듯, 산속을 천천히 걸은 듯, 조용한 감동이 가슴 한켠에 내려앉는다. 히츠마부시. 그것은 곧 정성의 또 다른 이름이다. 우리는 그 한 그릇 속에서 시간과 계절, 손길과 마음을 함께 먹는다. 그러니 어찌 이 음식을 예찬하지 않을 수 있을까. 나의 식탁 위에 핀 신록 한 자락. 나는 오늘도 그 푸르름을 조용히 마주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