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2월 7일 서울에서 카구아 루즈와 블랑을 한병씩 샀다. 루즈는 탄핵안 가결때 마셨고, 블랑은 탄핵이 인용된 오늘 마셨다. 실로 긴긴 시간이었다. 억겁과도 같았다. 4개월이나 지나 상미기간은 놓쳤을지 모르나 그동안 마셔본 맥주맛 중 최고였다.이것이 탄핵의 맛이다.

탄핵이 인용되면 진주 다원에서 모이기로 했었다. 멈춰졌던 다원의 시간이 다시 흐른다.

진주의 민주 시민께서 다원에 맡긴 탄핵떡. 4개월간의 탄핵 여정에서 수차례 쫄깃쫄깃해졌던 내 심장보다 더 쫄깃한 맛. 누구신지는 모르겠지만 감사히 잘 먹었습니다!

좋은 날이니 비싼 맥주. 오리지널 비어 컴퍼니 코스모스에일. 진짜 진짜 오랜만이다. 불락 스타우트가 있었음 좋았을텐데 품절.

주변 사람들과 같은 현실인식을 가지고 살아갈 수 있다는게 다행이다. 절친들 중 단 한명도 윤석열 지지자가 없다.

시메이 그랑리저브. 윤석열 시마이~ 독재극우정권 아웃. 시메이는 혼자 마시면 힘든데 나눠 마시면 맛있다.

진주 힙스터들 다 몰려오는 바람에 오랜만에 정신 없이 바빴던 배원장님. 지난 주에 만났을 때는 암울한 미래만을 얘기하다 둘다 얼굴에 웃음꽃이 피었다. 물 들어올 때 노저으시라는 말을 남기고 작별. 다음에 여유롭게 이 기쁨을 함께 나누기로.

비싼 대리 운전비를 내고 통영으로 복귀. 만개한 벚꽃 너머로 아파트 불빛이 보인다. 저 모든 불빛들, 저 모든 삶들이 아름답게 지켜지기를.

탄핵이 인용됐다고 우리 삶이 달라지는 건 없을거다. 삶은 여전히 버겁고, 도전은 계속된다. 하지만 아들의 말처럼 나쁜 일이 일어나는걸 막은 것만으로도 오늘 하루 정도는 맘껏 즐거워해도 되지 않을까.

잠들기가 아쉬워 냉장고에 있던 마지막 코나 빅웨이브 골든에일 한잔.... 여운이 길게 남는 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