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후로 모두 맑았는데 부산 갔던 수요일만 비. 운전하긴 좀 그랬지만 날이 포근하고 공기가 상쾌해서 오히려 좋긴 했다.

드디어 안목. 웨이팅 일등 성공. 오픈 30분 전에 도착했는데 우리 뒤에 한 팀뿐. 뭐야. 평일은 생각보다 널널하잖아? 하고 생각하며 주변 한 바퀴 돌고 오니 엄청난 인파. 미슐랭의 위력은 여전히 어마어마했다. 입장해서 주문하고 자리 앉으니 숭늉부터 딱.

맛보기 수육. 차가운데 맛있다. 차가운 수육 싫어하는데 쫄깃하고 맛있더라.

옥동식, 엄용백을 경험한 터라 거기들이랑 뭐가 그리 다르겠어 라고 생각했던 나의 오만은 첫술에 무너졌다. 여태껏 먹어본 돼지국밥 중 가장 완벽한 한 그릇. 토렴 온도부터 국물의 간, 밥알과 고기의 식감까지 뭐 하나 깔게 없었다. 고기 추가 안 한 게 무진장 후회됐다. 여긴 미슐랭 못 받는 게 이상할 정도의 맛집. 아직 안 가봤으면 진짜 가보시라. 옥동식이나 엄용백에 비해 훨씬 부드럽고 정제된 돼지국밥을 맛볼 수 있을 것이다.


김치, 파김치도 간이 딱 좋음. 전혀 맵지 않고 국물을 적절하게 어시스트해준다.

아들이 시킨 돼지라면. 돈코츠라멘 싫어하는 사람도 잘 먹을듯한 메뉴. 다음엔 국밥 한 그릇, 라면 한 그릇 먹어야겠다. 꼭 다시 가고 싶은 식당. 남녀노소 세대를 불문하고 모두 만족할만한 음식. 돼지국밥이 이래야지 하는 편견만 버린다면 좋아할 수 밖에 없는.



모모스 도모헌점이 오픈했다길래 다녀왔다. 도모헌은 재벌집 막내아들에서 진양철 회장 집으로 나온 부산의 복합 문화공간. 건물 전체가 모모스인 건 아니고 1층 전시 공간 중 일부를 카페로 쓰고 있는데 무척 좁다. 2층은 커뮤니티 공간. 전용 주차장(무료)에 차를 세우고 꽤 걸어 올라가야 한다. 딱히 대단한 코스는 아니지만 여름엔 짜증 날 듯.

비가 와서 그런지 도모헌 올라가는 길에 로즈마리 향이 진동을 했다. 너무 좋았다.




모모스의 필터 커피는 두말할 필요 없지. 나 같은 저렙이 이렇다 저렇다 말할 수준은 아니니까. 만족스럽게 한잔 했다. 여기서만 판다는 도모헌 블렌드 원두를 사려다가 산미가 약한 것 같아서 포기.

2층 커뮤니티 공간. 이런 공간들을 무료로 활용할 수 있다는게 대도시 생활의 큰 장점인 것 같다. 노인과 바다라고 놀리고 있지만 통영 같은 지방 소도시에 비교할 수준은 아니다.

도모헌에서 바라본 마린시티. 해무가 자욱한게 멋졌다.


광복동 롯데백화점에 잠시 들렀다가 푸드코트에서 사 온 만두 명인의 육즙그릴 만두. 이거 꽤 맛있음. 강추.



광복동 올 때마다 한번 가봐야지 했던 돌쇠장작구이. 깍둑 썰은 소고기 안창살 단일메뉴. 부드럽고 맛있다.






광복동 곳곳을 돌아다니다보니 날씨가 좋아져서 대보름달을 볼 수 있었다. 소원을 빌어봤지만 역시나 꽝.









야끼토리에 진심인 집 타카라. 츠쿠네가 제대로였다. 기린 생맥주도 잘 내렸고. 분위기도 맛도 괜찮았던 곳. 서비스로 흑임자 모찌리도후를 주셔서 터질 것 같은 배를 부여잡고 맛있게 먹었다.

광복동 소니 매장의 A1M2 대형 출력물 앞에서. '그래서 이게 얼마라고?'

다음 날 지프 서비스센터에 레니게이드 맡기고 해운대 와서 개미집. 별로 끌리지 않아서 한 번도 안 가봤는데 와이프의 강권으로 드디어 입성. 다시 방문할 필요는 없을 듯. 낙지볶음으로 보자면 통영 서울 식당이, 곱창전골로 보자면 고성곱창이 워낙 압도적으로 나아서 먹는 내내 이곳이 왜 그리 유명해진 거지? 하는 의문만. 낙지에서 부드러움이 전혀 안 느껴져서 신기할 정도였다.





햇살은 따뜻했으나 바람이 싸늘해 체감온도는 낮았던 해운대 바닷가. 미포까지 쭈욱 따라 걷다가 타이드라는 카페에 들어갔다.






별 기대 없이 들어갔는데 뷰가 정말 좋았다. 필터커피도 완전 맘에 들었던 콜롬비아 엘 엔칸토 게이샤. 그동안 느꼈던 커피의 단맛과는 완전히 다른 꿀같은 달콤함이 느껴졌다. 뉘앙스가 완전히 달라서 신기했을 정도. 커피 경험치가 쌓이는 순간이었다. 바깥은 추운데 여기서 바다 보며 커피 마시니 봄의 나른함이 느껴지는 듯했다.
차 수리하러 갔다가 미식 여행이 된 부산행. 개미집 빼고는 다 성공적. 문제가 됐던 레니게이드 센서류 수리는 실패하고 엔진오일만 교체. 결국 이러다 무상 서비스 기간 지나고 가져가면 뭐가 잘못됐니 하면서 수리비 수백 요구할 듯. 한국에선 그냥 현기차 타야 하는거다. 외제차를 타더라도 벤츠나 BMW같이 구입자 저변이 넓은 걸 타야지 구멍가게처럼 운영하는 JEEP 같은 건 구입 고려 대상에서 아예 제외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