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수구초심이라고 말할 수준까진 아니지만 진주에 대한 그리움이 절절해지는 시절이다. 한 달에 한두 번은 넘어가고 있지만 계속 그리운 나의 고향. 입춘을 즈음한 시기가 되면 되면 그 정도가 심해진다. 2-3월은 교사에게 잔인한 시기, 인사이동으로 인해 근무지가 변경되는 경우도 있고 그렇지 않더라도 새 학년 혹은 새 부서에서 낯선 사람, 낯선 학생들과 새로 만나 적응해가야 하는, 변화를 즐기지 않는 내 입장에선 암울한 때다. 매년 이 시기만 되면 변하는 환경에서 도태되지 않으려 안간힘을 써야 한다. 그러다 보면 익숙한 게 그리워지고 고향 진주의 풍경과 그곳 사람들에 대한 마음이 한없이 깊어져 버린다. 하지만 일 년 중 가장 바쁜 시기이기에 맘 편하게 진주 나들이를 하기는 힘들다. 이럴 때는 그곳과 관련된 어떤 것에 기대 이 지독한 그리움을 이겨내야 하는데 요즘 내게 그런 존재가 바로 목요일 오후 네시의 커피다. 며칠 전 시킨 목네 원두를 갈아 햇발이 속삭이는 창가에 앉아 한잔 하자니 현대 아파트가 있는 칠암동 골목길의 풍경이 그대로 느껴지는 듯했다. 얼어붙은 발을 따뜻하게 감싸는 온수처럼 부드러우면서도 간질간질한 그느낌이 작은 위로가 되어준다. 약배전의 원두를 계량하기 위해 저울 위 접시에 부을 때 나는 그 맑은 소리가 좋다. 중강배전의 원두에 비해 갈아내기가 힘든지 그라인더는 평소와 달리 날카로운 소리를 내지만. 얼마 전에 산 칼리타 웨이브 츠바메를 통해 내린 한잔은 진한 숙차에 가까운 향과 맛을 선사해 준다. 목네시장님은 이보다 더 부드럽고 맑은 한잔을 내려주실 텐데 하는 아쉬운 마음이 살짝 들지만 그리움을 잠시 눌러두기에는 충분하다. 부산에서 사 온 고양이 잔에다 따라 놓으니 칠암동 골목길을 휘젓고 다니다 밥 먹으러 온 그 고양이들도 함께 있는 듯한 착각이 든다. 오늘도 이렇게 커피 한잔에 기대어 주체하기 힘든 감정을 눌러둔다. 10년 넘게 살아도 익숙해지지 않는, 마음 나눌 사람 한 명 없는 이 천형의 땅이 요즘 들어 더더욱 힘들게 느껴진다.
개학하면 당분간 이 커피 도구들도 용도를 잃고 침묵하겠구나. 주말에야 겨우 그 기능을 회복하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