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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agmentary thought/As coinlover

그들은 대부분 아무렇지 않게 살아 왔다

by coinlover 2025. 1. 14.

 

서울의 봄이라는 영화가 준 임팩트가 너무 강해서 윤석열을 전두환에 비교하고 있지만 실제로 그가 의도했던 상황을 제대로 이해하려면 박정희 정권 시절의 72년 10월 비상계엄과 비교하는 것이 맞다. 자신에게 절대 유리한 관권 선거 상황에서도 김대중에게 신승을 거둔 박정희 정권의 위기감을 해결할 방안은 확실한 장기 독재체제 구축 밖에 없었다. 데탕트라는 세계적 분위기를 배경으로 자주 평화 민족 대단결의 원칙을 밝힌 7.4 남북공동성명으로 남북간 긴장이 완화되어야 할 상황에서 갑작스레 선포한 비상계엄은 대한민국을 기나긴 유신독재의 터널 속으로 이끌었다. 전시에 준한다고 판단할 만한 아무런 사건이 없었던 시점, 명태균 게이트 등으로 인해 정권 유지가 힘들어진 윤석열의 선택지는 12.3 비상계엄 밖에 없었다. 이는 박정희의 유신체제 구축 과정을 그대로 답습한 것이었다. 이제 50년 밖에 지나지 않은 역사도 제대로 모르니 '대통령이 사리사욕 채우려고 비상계엄을 선포했겠어요?' 하는 무식한 소리를 하는 것이다. 

 

 

 

 

인혁당 사건이 일어났을 때

 

그들은 아무렇지도 않은 듯 살았다.

 

민청학련 사건이 일어났을 때

 

그들은 아무렇지도 않은 듯 살았다. 

 

YH무역 여공 사건이 일어났을 때

 

그들은 아무렇지도  않은 듯 살았다. 

 

광주민주항쟁이 일어났을 때도

 

그들은 아무렇지도 않은 듯 살았다. 

 

남영동에서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고문 당하며 괴로워할 때도

 

그들은 아무렇지도 않은 듯 살았다. 

 

그렇게 자기들과 상관없는 일이라 생각하며 아무렇지도 않게 살아왔던 이들이 지금

 

비상계엄 한번 가지고 왜그리 난리냐고 호통치고 있다. 

 

그 많은 사람들이 고초를 겪을 때, 그 많은 슬픔들이 한국 사회를 휘감고 있을 때

 

무슨 일이 있는지도 모른 채 아무렇지도 않게 살아왔던 이들이 지금

 

세상의 모든 이치는 다 알고 있다는 듯 호통치고 있다. 

 

박종철이 죽고 이한열이 죽고 그 핏값으로 직선제를 쟁취했을 때도 노태우를 뽑았던 이들이

 

지금 세상의 정의는 모두 자기들에게 있다는 듯 호통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