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주에 일이 있어 들렀다. 이 동네 클라스 어디 안가지. 누가 보면 이재명이 비상계엄 한줄 알겠네. 이쯤 되니 대체 이재명이 뭐길래 이렇게 반대하나 궁금해서 그가 대통령 된 이후의 대한민국을 한번 보고싶다는 생각이 들정도다. 뜬금없이 비상 계엄을 선포해 나라 꼴을 이렇게 망쳐놓는 인간도 대통령을 해먹었는데 뭐.
민국씨 이제 이런 현수막 백날 걸어봐야 소용 없어요. 뭐 진주에선 먹힐지도 모르겠네요. 국민 중 한사람으로서 지역 국회의원의 물음에 친절히 답해드리자면 총리 탄핵 국민을 위한 것 맞습니다. 시국 정리할 생각은 안하고 몽니만 부리면 빨리 치워야죠.
세상 돌아가는 것도 답답하고 해서 점심때부터 생맥주 한잔. 그리고 특초밥(30000원).
카페 PP(공공장소)에서 엘파라이소 리치 핸드드립. 오늘도 사장님은 안계셨다. 엘파라이소 리치는 워낙 향미가 강해서 누가 내려도 비슷한 맛이 나겠지만 이왕이면 지난 여름의 그 맛을 다시 느끼고 싶었는데.
엘리멘트브루 건너편에 살고 있는 고양이. 이제 자주봐서 얼굴을 기억할만도 한데 내가 지나갈 때 마다 깜짝 깜짝 놀란다.
진주교육청 앞의 소녀상. 다른 곳의 소녀상과 달리 앙다문 입과 꼭 쥔 손에서 꺾이지 않는 의지가 느껴져서 좋다. 나라가 어지러울때면 매번 이 소녀상을 바라보며 힘을 얻곤 한다. 누군가가 올려놓은 담배꽁초를 치우고, 넘어져 있던 화병을 세우고 주변 청소를 좀 해놓고 왔다.
무속의 나라 한국. 언제쯤 잡귀들의 주박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으려나. 잠자는 하늘님이여 이제 그만 일어나요. 그 옛날 하늘빛처럼 조율 한번 해주세요.
저녁 다원. 삼문당과 통영의 브루어리 라인도이치에서 협업해 만든 커피스타우트를 마셨다. 후배가 만든 제품 홍보를 위해 직접 모델이 되어주신 다원 배원장님. 커피도 모델도 모두 힙하다. 내 기준에서는 스타우트 치곤 묵직함이 부족해 아쉬웠지만 맥주 잘 모르는 일반인들은 맛있게 마실만한 괜찮은 흑맥주.
그래도 삼문당 스타우트로는 좀 아쉬워서 타격감 제대로 느낄 수 있는 스톤 임페리얼 스타우트도 한잔.
배원장님께서 권해주신 아란의 피트 위스키 마크리무어. 부담스럽지 않을 정도의 피트향이 좋았던 한잔. 광어생각이 절로 나더라.
다원에서 나와 진주 집 가던 길. 이 시간 쯤에 남강 다리를 건너면 언제나 취기가 올라있는 상태였는데 이날은 술을 거의 안마셔서 강바람이 안겨주는 추위가 그대로 느껴졌었다. 그 와중에도 조명이 들어온 진주성은 아름답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