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이 있어 평일에 진주 넘어 갔다가 오후 늦게 마무리 한 후 진주 시내를 걸었다.
학교로부터 해방된 날. 식사 시간이 한참 지나 텅빈 아끼토리아오이에 홀로 앉아 여유를 즐겼다. 별일이 없었기에 반주로 생맥주도 한잔. 혹한 속에서 얼었던 몸을 따뜻한 식당에서 녹이며 마시는 한잔이 각별히 맛있게 느껴졌고 바쁘지 않을때 천천히 만든 야끼토리동도 이전 어느때 보다 퀄리티가 좋았다. 밥 때를 놓친것에 대한 훌륭한 보상.
남강 다리를 건너가며 몇컷 돌아오며 또 몇컷.
정말 오랜만에 목요일 오후 네시에 들렀다. 따뜻한 크리스마스 블렌드, 변함없이 단단한 한잔이다. 사장님께서 주말 제주도 커피 파티에서 판매할 원두를 포장하고 계셨다. 제주도에는 못가니 진주에서 바로 구매. 일주일 디게싱하고 마시면 더 좋다고 하셔서 집에와서 바로 내려 마시려다 참았다.
목네를 드나드는 고양이 친구. 한 손님께서 가게를 나가며 고양이가 놀라지 않게 조심스레 문을 여는 것을 보며 작은 생명에 대해 저정도의 배려를 할 수 있는 감수성을 갖춘 사람들만 있는 세상에서 살고 싶어졌다. 내 주위 분들은 대부분 그렇기에 나름 편안한 삶을 영위하고 있지만 세상 돌아가는 꼴을 보니 우리 같은 이들이 보편적 다수는 아닐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강해지는 요즘이다.
저녁에는 칠암성당에서 판공성사. 고해는 영혼의 목욕, 개운한 기분으로 통영 복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