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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y by day

공화국의 기초

by coinlover 2024. 12. 17.

 

 

탄핵안이 가결된 이상 나라의 형국은 기호지세. 헌재에서 탄핵이 기각된다면 더 이상 정치는 정상적으로 작동하지 못한다. 노무현, 박근혜 시절의 탄핵 시국과는 엄중함의 급이 다르다. 권력을 회복한 윤은 국정 정상화가 아닌 복수에 천착할 것이고 그를 인정하지 않는 대부분의 국민들과의 내전을 치러야 할 것이다. 사회 혼란을 명분으로 다시 한번 계엄령을 선포할지도 모르지. 그 상황에서 안 그래도 내리막길을 달리고 있는 대한민국은 아예 바닥으로 곤두박질치게 될 것이다. 그를 지지했던 사람들이라고 행복하게 살아남을 리는 없다. 그냥 모두 함께 죽는 것이다. 그러므로 우리 모두를 위해 탄핵안은 인용되어야 한다. 이것은 진보니 보수니 중도니 수구 꼴통이니 하는 세력의 구분 없이 모두 인정해야 하는 것이다. 만약 탄핵을 막으려고 했다면 국회에서 통과되기 전에 해냈어야지. 지금 남은 것은 앞으로 나가는 것뿐 다른 선택지는 없다.    

 

이번 사태의 심각성을 전혀 깨닫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도, 내란 수괴를 옹호하는 사람들이 생각보다 많다는 것도 슬프지만 공화국의 기초를 다시 다져나갈 수 있는 시간이 주어졌다는 것만은 위안이 된다. 헌법이 무엇인지, 민주주의가 무엇인지 다시 생각할 수 있는 기회를 만났다. 먼 옛날 일로 치부해버렸던 독재정권의 만행과 그에 저항했던 사람들이 겪었던 고초, 여전히 건재한 독재 매국 세력의 준동에 대한 위기감을 만인이 재인식하게 되었다. 이제 폐허 위에서 다시 시작해야 한다. 공화국의 기초를 다시 다져야 한다.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하지만 그 주권의 의미를 제대로 이해하고 행사하기 위해 노력하지 않는다면 민주주의는 중우정치로 타락하고 공화국은 나락으로 떨어질 것이다. 주권자들이여 주권의 무게를 인식하라.

 

나라를 바로 세우고 주권자의 의무를 이해하는데 대단한 공부가 필요한 것은 아니다. 탄핵 집회에 나온 한 여고생의 인터뷰 내용이 그 답이다.

 

'정치와 법 교과서에 다 나와 있던데요.'

 

정규교육과정에서 배우는 역사책, 사회책만 정독해도 지금 대한민국 상황에 대한 바른 답을 내릴 수 있다. 대단한 지성인인척 하며 계엄을 옹호하는 이들, 나라 구하러 나왔다며 태극기를 흔들며 독재 세력을 찬양하는 사람들은 고등학교 교과서 수준의 기본 지식도 갖추지 못한 것이다. 지성인으로서 어른으로서 대접 받으려면 그에 걸맞는 상식을 갖추고 걸맞는 행동을 하시라.